4:31 소녀는 오늘도 어김없이 소년에게 날아든다. 랄로님. 첨벙이는 물소리, 날으는 새소리 모든게 어제 같았지만 소녀의 목소리만은 아니었다. 소년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애꿎은 활시위를 당겨 참새를 겨눈다. 반가웠어요. 화살을 맞은 참새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떨어졌고 소년의 심장 또한 한구석 바닥에 닿았다. 대답없는 소년의 뒷모습에 소녀는 진심을 담았고 소년은 이제야 끝을 실감한 듯 작별을 준비한다. 저도 반가웠습니다. 소녀는 수줍게 사진기를 꺼내들었고 소년은 모르는척 그녀에게 한발 다가선다. 궂은 날씨에 다람쥐 한마리가 소녀의 발치에 기대 비를 피하고 소년은 머쓱한 듯 사진기를 만지작거린다. 찰칵 또 보자는 소녀의 말에 소년은 잠시나만 들떴지만 영영 다시볼 수 없을 것을 알기에, 다시금 노랗게 익은 들녘으로 가야한다는 현실에, 괜스레 바닥을 박차고 자리를 떠난다. 길가의 들풀도 강가의 금붕어도 뛰놀던 산과 바다도 그대로지만 소년은 남자가 되었다. 달이 지고난 허전한 자리에 헛헛한 바람소리만 드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