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원고지 500매 분량 소설... 을 써봤는데 저와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하기 싫은 거에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소설로서 길게 쓰기 싫다, 묘사를 하기 싫다-> 싸움만 계속 하고 감성팔이를 하며 하이라이트 부분만 중요시 한다. 스토리를 쓰면서 중요 캐릭터에게 두, 세가지 특징을 부여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 서사보다는 캐릭터의 감성, 서사에 맞춘다. 한 캐릭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데 서사가 진행이 안 되니 서브 캐릭터를 수십명씩 둔다. 뭐, 이런 부분이 사도... 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저는 이 소설을 쓴 이후로는 글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되려 소설가가 되자는 처음(?)과 맞닿아 있다, 성장시킬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뭐, 말려도 이런 건 조절이 안 될게 뻔하거든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거죠. 안 되는 게 아니라.
나루토랑 원피스 정주행해보면 안다. 나루토가 곁가지가 많아서 산만해지긴 했지만 메인스토리 줄기는 예정대로 쭉 진행됨. 급하게 끼어넣은 캐릭터들이 아니라 다 설계가 되어있던 느낌이라면 원피스는 그때그때 급조해낸 캐릭터들 마구잡이로 끼워넣는 느낌이 있음. 그리고 매번 유치한 소년만화 대결구도 유지해서 꼭 멤버별로 격투씬을 넣는게 거의 강박적인 패턴임. 게다가 원피스는 예측당하는게 싫다고 스토리의 기본인 빌드업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뇌절로 밀어붙임.
주인공이 나쁜짓을 저질렀으면 결말을 어떻게 풀어야할지가 관건임... 사소한 악행이면 몰라도 심각한 악행이면 참 어려움... 그래서 나쁜 짓을 저지른 캐릭터들은 대부분 마지막에가서 죽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서브주인공 또는 조연 캐릭터면 죽이는게 쉬운데 메인주인공이면 죽였다고 독자들이 난리치니까.. 더군다나 이 메인주인공한테 사랑하는 존재가 있으면 더욱 난관 ㅎ 근데 이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처벌받는걸로 끝내면 악행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는다고 하고... 하 지금 스토리 짜는데 너무 어려움ㅎ
알고리즘을 타고 왔는데, 정말 공감합니다. 나만의 이야기가 스스로 쉽게 느껴지는 건, 작가 머리 속에 해설집이 있기 때문이죠. 뻔한 이야기는 제목을 훑어보기라도 하지만, 스스로의 세계관에 갇힌 이야기는 선택도 못받으니까요. 재미있는 중심 키워드를 강조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재미의 정답은 정해져 있고, 창작을 하면서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임을... 아무도 봐주지 않는 글을 1년 동안 쓰면서 겨우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일단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그려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받기 이전, 즉 나만의 고유의 화풍 같은 걸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김락희의 인체드로잉'을 통해 엄청난 인체묘사의 성장을 이뤄냈는데, 만약 나만의 그림체가 없이 처음부터 김락희의 인체드로잉으로 배웠다면, 지금 아무런 화풍도 없이 인체묘사만 잘하는 그저 그런 그림쟁이가 됐을 거예요. 복근이 12개여도 좋고 손가락이 6개여도 좋으니 처음에는 무조건 혼자서 그려보세요. 그리고 만화대학을 진학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대학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학원은 비추예요. ----------------------------------- 실제로 그림을 못그리는 강사도 태반이고요, 연출이나 웹툰툴을 배우는 데는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지만, 회화적 측면 다시 말해 그림실력은 절대 늘 수가 없습니다. 우동이즘님 말씀처럼 만화대학 졸업장이 다른 데서는 쓸모없을지 몰라도, 같은 대중미술업계(웹툰, 게임그래픽, 영화C.G 등)에서는 정말 유용합니다. ----------------------- 게임회사에 가보면요, 처음부터 3D그래픽을 접한 디자이너들이 정말 많습니다. 쉽게 말해 그림을 한 번도 그려본 적 없이 3D그래픽을 배운 사람이 많다는 얘기예요. -------- 그런 사람들이 만든 3D캐릭터와, 만화를 그려봤던 사람이 만든 3D캐릭터는 느낌부터가 완전 달라요. 예를 들어, 에르매스 명품백이나 동대문시장표 백이나, 얼핏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작은 디테일에서 상품의 가치와 아우라가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처럼요. ------------ 만화를 그려봤던 사람들이 만드는 3D캐릭터는 진짜 '명품' 같은 느낌이 납니다. *****글이 너무 길었죠? 눈 아프실까 봐 '-----'을 집어넣었습니다.
초보 몇년동안은 있는것을 조합하는 것이 맞지만 시장에서 살아날려면 최대한 빨리 유니크한것을 만드는게 중요한듯합니다.이미시장에서는 그냥그런것은 사람들이 첫장보고 뻔하면 안보는듯합니다.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등 너무많은 컨텐츠들이 많은데 뻔한것을 사람들이 볼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최근 비슷한걸 느껴요. 옛 고전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다 영웅적이거나 용서 사랑같은 뻔한것들이 주가되죠. 그것을 벗어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애초에 그런것들은 의미도 재미도 없더군요. 어찌보면 "뻔한것"은 동시에 "이것만큼 재밌는게 없다"는 얘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