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좋아해서 종종 찾아 듣던 노래였는데, 핑계고 시상식 영상이 우연히 알고리즘에 떠서 뒤늦게 보았다가 녹음 버전과 또 다른 느낌의 가창에 한 번 더 곡에 반하게 되었어요. 권진아님 노래들이 참 좋은 게 워낙 음색이 뛰어나고 노래도 잘 하는 가수이지만 특유의 담담한 어조와 그 안에 많은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은 가사가 특히 마음에 와닿아서였거든요. 그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권진아님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서 슬프고 아프고 사랑을 느끼고 이런 깊은 감정들을 크게 터뜨리는 게 아니라 조용하게 혼자 속앓이하고 자기 마음 안으로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권진아라는 사람의 속마음까지 듣는 듯한 기분까지 느껴지곤 했어요. 핑계고 버전 나는 운이 좋았지에서는 엄청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한데도 착해 빠져서 남친이랑 헤어질 때마다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집에 혼자 틀어박혀서 우느라 한동안 연락 안 되고 그러던 친구가 어느 새 성숙해지고 단단해져서 환승 이별에도 후폭풍도 안 오고 구남친 욕도 안 하고 그냥 빨리 알게 해줘서 고맙다며 훌훌 털어버리고 마는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막 기특하고 뿌듯하고 그래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