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평생찐따로만 살면서 친구들과 노래방은커녕 피씨방도 못가본 내가 한 친구 덕분에 노래에 관심이 생겼어. 엄마졸라 보컬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첫수업때는 진짜 심장떨려 미치는 줄 알았지. 아는 노래도 없는데 2개나 테스트 한다길래 일주일 내내 가사만 외웠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아예 노래를 불러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선생님도 나쁜습관이 신기할 정도로 없다고 하셨어. 그렇게 2년동안 학원 다니면서 노래실력은 점점 늘고 뭐하나 잘하는 게 생기니까 점점 자신감도 생기고, 친구가 많아지고 얘기를 하다보니 찐따같던 성격도 고쳐지더라. 그러다 고3이 되고 대학을 가게 되고 꾸준히 노래부르다보니 좋아하던 노래를 다 내 목으로 부를 수 있게 되고 노래 부르면 주변사람들이 감탄하는 개 너무 좋더라. 어김없이, 쉬즈곤 다 부를 수 있었지만 이제 슬슬 발목 잡히는 건 음색이였지. 사람들은 그저 기본기 좋아서 듣기 거북하지 않고, 고음도 쭉쭉 뽑으니 다 나를 치켜세워줬지만 스스로는 이미 깨달았어. 노래를 아무리 따라부른들 내 음색은 이수같지도,신용재같지도 않고 임창정같지도 않은 평범한 목소리란걸. 내가 듣기에도 안좋은 부분이 있을때는 그것만 고치려고 죽어라 노력하면 됐는데 이제 더이상 뭘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는거야. 끝음처리, 공명, 비음조절, 고음 얇게 뽑기, 힘으로 밀기, 다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데도 가수들 노래듣다가 내노래를 들으면 자괴감이 느껴지더라. 가끔씩 경연대회 나가면 분명히 나보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떨어지는 친구인데 막상 노래를 시작하면 훨씬 듣기 좋은 친구가 여럿 있더라. 사람들은 내가 노래하면 슬픈 노래던 기쁜 노래던 감탄만 하는데, 그런 친구들이 슬픈 노래를 부르면 같이 울고, 기쁜 노래를 부르면 같이 즐거워하더라. 아이고 말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어쨌든 갑자기 좋은 노래 불러준 학생 채널에 주책이여서 미안하고 학생 목소리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좋네. 고음은 안 올라갈 거 같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괜히 고음 뚫겠다고 무리하다 자칫하면 그 목소리 잃는거야. 아휴 길게도 써놨네. 정말 부럽다 목소리가 특별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