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김윤아 (시낭송가, 시인)
시와 시학 등단, 낭송 평론가
(사)시읽는문화 대표
사무실 (051-949-2411)
영혼이 춤추는 도서관, 이번 주 댓글 당첨자는 권숙희(대구지회) ,김자경(경주지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을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 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 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듯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는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1 окт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