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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낭송/블루요정)좋은글 

Blue Fairy (Good Writing, Good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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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바닷가우체국 #안도현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낭송 - 블루요정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 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 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도 있을 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 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잉크 냄새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 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를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 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바다를 건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 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 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상"v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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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авг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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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омментарии : 10   
@user-gl6uu8ql2g
@user-gl6uu8ql2g 9 месяцев назад
군더더기 없는 고운 곱고말고 꿈속에서 홍화소심을 만나 눈을 뜨니 꿈이였노라 눈뜬 시간에 곱디고운 지저귐을 듣다ㆍ 졸려서 다시듣길 예약 ㅡ 고맙습니다ㆍ
@bbc00
@bbc00 9 месяцев назад
편한밤하세요 귀한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ser-mj5sk9oq6p
@user-mj5sk9oq6p 9 месяцев назад
바다가 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편지를 쓰면 ???? 어떤 기분 일까요 -- 모처럼 낭만과 기쁨의 감정을 느껴 보는 시간 이였읍니다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bbc00
@bbc00 9 месяцев назад
분명 올리기 전에는 잘됐다 싶어 올렸는데 막상 올리고 나면 미흡한 점이 드러납니다. 올리기 전에는 왜 모를까요 늘... 그런데 나 왜 이러고 있는거에요 신제님 ㅎ 긴 영상은 역시나 힘드네요.. 그나마 숏츠가 만들긴 더 쉬운데...
@real_wisdom12
@real_wisdom12 9 месяцев назад
울림 가득이네요🥰 감사해요🙏
@bbc00
@bbc00 9 месяцев назад
감사해요 부족한 점은 채워나갈게요 고운날 보내세요
@user-cy8do5ey2d
@user-cy8do5ey2d 7 месяцев назад
편지 올까요
@R.G.SORISAEM
@R.G.SORISAEM 9 месяцев назад
안녕하세요~?!! 시낭송 잘 듣고 있습니다. 매일 듣는것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듣게 되는데요~ 에코를 빼도 목소리가 이쁠것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에코를 뺀 본음(본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에코를 넣는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블루요정님은 에코를 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시낭송에 어울리는 예쁜 소리를 들려주실수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저의 뇌피셜이었습니다~~!!
@bbc00
@bbc00 9 месяцев назад
에코를 안넣으면 심심해서....ㅎ 낭송이 아니고 책읽는 듯하여 좀 그럴싸할만큼 넣었습니다 긴영상은 요즘 힘에 부쳐서 당분간 짧은 숏츠영상으로 올리려구요 두개 만들어놓았는데 에코 들어갔어요 담번에 빼고 해볼게요ㅎ
@R.G.SORISAEM
@R.G.SORISAEM 9 месяцев назад
아~ 그러셨네요, 알겠습니다. 답장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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