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작가 소설치고는 드물게 작중 여주인공의 행동을 해명해주지 않는 작품이군요. 제목에서 그 까닭을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이기두 하고요. 분위기는 잘 살아 있는데 스토리 텔링이 실종되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권지예 씨의 '산장카페 설국'에서도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베일에 쌓이게 함으로써 모호함을 증폭시키는 전략을 취하는데, 범인을 밝히면 장르 소설이고 안 밝히고 모호함을 증폭시키면 문학적이 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단순 추리소설보다는 '산장카페 설국' 같은 분위기 있는,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소설을 더 좋아하지만요. 아무튼 이기호 작가는 끝없이 뭔가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짜내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작중 칼 포퍼 이야기는 뜬금없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칼 포퍼의 책을 봐야할 것 같은 영감을 주는군요. 좋은 작품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