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이야기
'처녀농군', '고향산천' 등의 곡들과 함께 최정자 선배님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이지요. 오늘은 고향의 향기가 느껴지는 노래 '초가삼간'을 여러분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청음(淸音)의 꾀꼬리'라는 수식어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정자(崔貞子) 선배님은 1965년 '월남에서 보내주신 오빠의 편지'라는 곡으로 데뷔하셨습니다. 국내에서 전후 복구에 이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1960년대는 전세계적으로 참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1963년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저격당하고 이듬해인 1964년 통킹만 사건으로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 즉 베트남 전쟁이 발발, 1965년에는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화력을 지닌 미군과 북베트남의 싸움은 금방이라도 끝날 것처럼 보였지요. 하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나가고 베트남전은 긴 전쟁이 되었는데요. 미국은 당시 한국에 주둔해 있던 미군 제2보병사단과 제7보병사단을 베트남으로 파병하려고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전력에 공백이 생겨 북한과 다시 전쟁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한미군 대신 국군을 파병하는 것을 제안하게 되지요. 그렇게 육군 수도사단 '맹호부대'와 해병 제2여단 '청룡부대', 육군 9사단 '백마부대' 등 5만 병력의 국군이 파월되었습니다.
베트남전은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이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닌 듯 느껴졌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국가적으로 참전 위문사업을 벌여 대대적인 홍보를 했습니다. 파월장병들을 위한 꽃씨 보내기 운동, 위문편지 보내기 등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시대적인 분위기 속에서 '맹호들은 간다'와 같은 군가가 일상속에서 불려졌고 1965년에는 남미랑 선배님의 '월남 가신 나의 님'과 최정자 선배님의 데뷔곡인 '월남에서 보내주신 오빠의 편지'가 발표되었던 것이지요. 이어 1966년에는 윤일로 선배님의 '월남의 달밤', 1969년에는 1차로 파병된 병력들이 돌아오면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최정자 선배님의 히트곡들은 네 글자의 제목을 가진 곡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요. '초가삼간', '처녀농군', '고향산천', '창부타령', '매화타령', '머슴의 딸' 등 제목만 보아도 향토적인 색채가 짙은 민요풍의 노래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가락을 슬프지 않고 밝고 흥겨운 창법으로 부르는 것도 선배님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상 최정자라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된 곡 '초가삼간'은 최정자 선배님의 부군이셨던 황우루 선생님이 작사와 작곡을 맡았습니다. 당시 가요계의 기인이라 불렸던 황우루 선생님은 '키다리 미스터김', '울릉도 트위스트', '눈물을 감추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기셨지요.
"실버들 늘어진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정든 님과 둘이 살짝 살아가는 초가삼간
세상살이 무정해도 비바람 몰아쳐도 정이 든 내 고향
초가삼간 오막살이 떠날 수 없네
시냇물 흐르면 님의 옷을 빨아 널고
나물캐어 밥을 짓는 정다워라 초가삼간
밤이 되면 오손도손 호롱불 밝혀놓고 살아온 내 고향
초가삼간 오막살이 떠날 수 없네"
1939년 이화자 선생님의 노래로 발표된 동명의 곡 '초가삼간'과는 다른 곡이지만 정겨운 시골 초가집의 풍경을 우리 정서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초가삼간(草家三間). 비록 세 칸으로 된 작은 초가집이라고 해도 정이 든 내 고향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내용이지요.
1991년 미국 시카고로 도미한 최정자 선배님은 2012년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해 환영 공연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제 곧 다가올 우리의 명절 설날을 맞아 많은 분들이 시골에 다녀오실텐데요. 세련된 도시의 풍경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어릴 적 추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고향집을 떠올리며 오늘 '초가삼간'을 함께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5 сен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