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아득한 천 년의 숨결 온몸으로 받들며
꿈꾸어 무엇 바랐기에
수려한 자태 저토록 눈부실까
눈앞에 있어도 마주할 수 없는 그 모습처럼
천혜의 비경 헤아려져도 고이 품어 볼 수 없구나
시샘 많은 바람 네 모습 탐하다 빈손으로 돌아서고
떠남이 아쉬운 물결은 네 향기로 천년을 흐른다
기다림에 아프던 그댄 목마른 내 영혼의 그림자
거듭날수록 더 간절 해오던 마음처럼
그대의 세월 앞에 난 잔영이라도 남아 있을까
벼랑 끝에 선 저 소나무 비바람에 푸르건만
생의 뒤안길 서성이며
아픔마저 익숙해져 가는 오늘이 낮설어 갈때
잃고서 아픈 인간사는 한을 키워
상실감 속에 무너지게 하더라
이젠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더 내려 놓아야 하나
숨죽여 살아도 외로운 오늘
꿈꾸지 않아도 깊어지던 연민의 세월에
까맣게 타들어 간 그리움 두고 그대는 어디에 있나
청산은 내게
먼 길 떠나간 이 더는 찾지 않더라도
해 아래서라도 슬퍼 말라
별빛이 없이도 푸르던 그 날의 순수 떠올려
여기서 해맑게 살라 미소 보이네
삶에 지친 빈곤한 영혼으로 다가서도
언제나 싱그럽게 품어 주는 그대
세월 흐르고 흘러 우리 그렇게 변해 갔어도
엄마의 품속 같은 청산은
언제나 지친 어깨 다독여 포근히 안아주더라
14 окт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