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 선생님은 제가 처음 만난 봄 같은 분이셨습니다" 내가 눈 떴을 때 때는 바야흐로 봄이었다 대지는 척박하고 바람은 거칠었다 뿌리를 잘못 내린 듯 아무도 축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봄은 아름다웠다 내가 죽었을 때 때는 바야흐로 봄이었다 뿌리를 잘못 내린듯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잘게 분해되는 몸 위로 따뜻한 햇살이 덮였다 모두들 그래 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해 난 아직 안 지났는데 어떻게 그래 모두들 그래 다 지나고 나면 잊고 사라진다 해 난 아무리 지나도 그렇게 될 수 없어 영원히 잊히지도 넘길 수도 없는 그 페이지를 붙들고 오늘을 살아 난 아직도 그 한가운데 하루해살이풀처럼 내 사랑이 죽었을 때 내 청춘도 죽었고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 나의 봄을 이제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