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알기론 코헨이 잡힌 이유는 모사드의 안이함이었다고 해요. 하루에 두 번 , 그 것도 시간을 정해서(아침, 저녁 8시) 보고하라는 지시는 스파이 세계의 기본 개념을 무시한 무식한(?) 일이죠. 시리아는 이 장비를 소련에서 들여와 코헨의 무전 신호를 잡았다고 해요. 특히 마지막 보고는 "보고할 특이사항이 없다"는 어이없는 내용이었다고 해요. 코헨은 그저 저녁8시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다가 들켜버린 거죠.
이 시리즈 재밌게 보셨다면 Damascus Cover (2018)라는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스토리는 픽션이지만 엘리 코헨 사건을 통해 드러나게 된 시리아 내부의 복잡한 파벌 대립을 (이스라엘 입장에서) 재해석한 영화입니다. 암 투병 중이던 존 허트(John Hurt)의 유작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시리아 장군 역에 이갈 나오르(사담 후세인으로 유명한 그 배우)가 살벌한 무게감을 줍니다. 엔딩이 The Spy에 비하면 다소 밋밋하지만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정세를 보면 오히려 Damascus Cover 엔딩 쪽이 더 의미심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독재자에서 나온 코믹한 연기를 보다가 이 영상을 보니 정말 다르게 보이네요. 전체적인 짜임새나 연기력, 고증 등 정말 수작이네요.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위대한 스파이였으나, 한 여자의 남편, 아이들의 아버지. 그의 고뇌가 한껏 돋보인 장면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스파이라는 설정상 영화 전반에 걸친 긴장감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