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자면 배철수는 음악보다 언변과 처세에 능하여 지금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많은 이들이 배철수를 송골매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지만 송골매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사실 지덕엽, 이응수, 라원주 세명이 만들었다고 봐야한다. 기타리스트로서 작곡을 담당한 지덕엽의 기여는 절대적이었다. 이응수의 시대를 앞서간 작사는 재평가의 가치가 있다. 라원주 또한 작곡과 작사 양면에서 송골매의 원형 창조에 중요한 역할을 한 뮤지션이다. 음악적 완성도가 높고 가장 송골매적인 색채가 강한 산꼭대기올라가, 탈춤, 세상만사, 세상모르고살았노라, 승무, 길지않은시간이었네 여섯곡 중 다섯곡이 지덕엽에 의해 작곡되었다. 이응수는 이 여섯곡 중 네곡을 작사했고 살풀이를 작곡했다. 라원주는 송골매 전신격인 활주로의 최초 창작곡이자 송골매 최고의 곡 중 하나인 세상모르고 살았노라를 작곡했으며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시대를 앞서간 명곡 처음부터 사랑했네의 작사와 작곡을 모두 담당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지덕엽과 이응수, 라원주가 누려야할 많은 부분을 배철수가 차지해 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게 된다. 그의 내던지는 창법이 송골매의 트레이드 마크였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평소에 이들의 공헌에 대한 멘트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구창모만 띄우는 배철수의 처사도 무척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기여도와 보상이 일치하지 않는 이런 문제는 밴드가 성공하면 그 성과를 멤버 중 특정인이, 특히 얼굴이 제일 잘 알려진 보컬이 독식하는 현실과 관련이 깊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의 낙후된 락음악 인프라에 의해 설명된다. 연주력이나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싱어에게만 카메라를 들이대는, 심지어 기타 솔로 중에도 싱어의 얼굴을 잡는 무식한 방송 환경은 기회주의적이고 맹목적인 보컬 지향을 초래한 대표적 요인이다. 요즘 인디밴드에서도 작곡과 기타를 담당하는 리더가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보컬을 맡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참고로 레전드급 밴드인 퀸이나 레드제플린의 경우 멤버들의 재산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퀸의 베이시스트 존 디콘의 재산은 약 이천억원으로, 레드제플린의 베이시스트 존폴존스의 재산은 일천억원 정도로 알려진다. 베이시스트가 음악을 통해 이 정도의 부를 얻는 것은 우리의 락음악 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밴드 들국화의 드러머 주찬권은 생계를 위해 밤무대를 전전하다 50대에 세상을 떴으니까.. 밴드는 함께 음악을 만들고 함께 연주하는 조직이다. 성공의 과실을 특정인이 차지하는 불공정의 병폐는 고쳐져야 한다. 누군가 더 누리더라도 얼굴이 알려져서가 아니라 기여가 더 크기 때문이어야 한다. 존본햄과 존폴존스가 영감을 자극해 주지 않았다면 지미페이지는 레드제플린을 상징하는 수많은 기타리프들을 못 만들어 냈을지 모른다.
An안의 의견에 200% 동감이다. 송골매의 성공은 활주로라는 동아리와 항공대출신이라는 응원이 모아져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배철수의 성공도 활주로가 발표한 음반이 한국적이고 토속적이며 서민을 표현하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음색을지녔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골매와 배철수의 지속성은 시대를 앞서간 이응수라는 뛰어난 작사자와 지덕엽 양원주라는 작곡자가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응수님의 철학이 긍금하다) 대중이 이들의 역할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을 가장잘아는 대표자와 멤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송골매에서 구창모의 역할은 상당했지만 색깔은 매우 달라졌다. 이응수와 지덕엽의 음악은 K-Pop의 원천이자 원류이다. 더 발전하여 미래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진짜 한국적인 음악이라 생각한다.
@@user-zl9yu7lf1c 선생님 답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래의 가사가 완전히 숭무를 묘사하지 않는 이상 그 제목을 바꾼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전 한국무용을 하는 사람이고 서양음악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을 공부하는 도중 저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배철수씨나 저 노래에 대해 관련이 있으신 분들과 연락을 닿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