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수미의 멕시코 세르반티노 페스티벌 독창회 실황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집시와 새, 나는 멸시 받는 신부, 목가,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지요, 당신의 상냥한 목소리(엘비라 광란의 아리아) 등 조수미가 30-40대 시절 즐겨 불렀던 레퍼토리들로 구성된 공연이었는데, 고음 도약에서 음 이탈이 나는 등 심각한 컨디션 난조를 보여 ‘더 이상 조수미도 현역 연주자로 활동하기에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조수미는 최근 무대에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리릭 계열의 소리가 돋보이는 곡, 아리아보다 부담이 덜 한 가곡 및 크로스오버 레퍼토리를 위주로 주전공 프로그램을 이행해갔고, 동시에 나의 생각 또한 더욱 확고해져갔다.
그런데… 2023년 8월,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미국 순회 연주에서 조수미는 지난 번 멕시코 독창회를 설욕하려는 듯 거의 유사한 레퍼토리로 다시금 독창회를 단행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충분히 성공적이었고, 지금 게시하는 이 영상은 당시 독창회 실황에서 발췌한 것으로서 ’조수미는 아직 죽지 않았다‘를 여실히 보여줄 만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마지막 하이 E플랫에서 살짝 소리가 찢어지는 듯하지만, 예순의 나이를 고려하면 절창에 가까운 연주라 할 수 있다. 언젠가 조수미가 테크닉을 잘 다듬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트라비아타의 [E strano.. Sempre libera]를 다시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4 авг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