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 처음부터 다시 듣기
늘 다니던 길, 초등학교 담장에 어느 해인가 벽화 그리는 이들이 웬 모자를 하나 그렸다. 나는 지나면서 '흠, 싱거운 사람들일세. 내일은 안경을 그리려나' 했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다음 그림은 안경이나 구두가 아니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었기 때문에. 벽화는 점차 학교 정문에서 후문까지 글씨 한 자 없이 나열되어갔고, 그림으로만 한 권의 책이 되어 갔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났다. 이제 그림은 더러 바래지기도 하고 담쟁이 넝쿨이 가려버리기도 했지만 나는 여전히 여우와 어린 왕자가 대화하는 그림 앞에서는 둘의 대화를 엿듣느라 발걸음이 느려진다. "아까 내가 말해 주겠다던 비밀을 말해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후문 옆에 있는 마지막 그림은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게 한다. 30초 만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센 독을 가진 노란 뱀과 절벽 위에 앉은 어린 왕자가 나누는 대화 때문이다. "너는 좋은 독을 가지고 있겠지? 틀림없이 나를 오랫동안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
혹시 깜깜한 밤에 별 하나 마주하게 되면 인사 건네야지. 꼭.
"안녕? 어린 왕자! 네 하나뿐인 장미는 여전히 잘 있니?"
- 뱀의 도움으로 B-612 소행성으로 돌아간 어린왕자, 바오밥나무 싹을 찾아 거니는 어린 양의 발소리, 이따금씩 매애애 하고 우는 소리, 작은 별에 부는 고요한 바람 소리, 낮게 우는 풀벌레 소리...
* * *
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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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 혹시 문체가 달라진 걸 눈치채셨나요?
이번 글은 저희 어머님께서 적어 보내주신 글이랍니다.
어릴 적부터 이어진 제 '글쓰기' 활동을
늘 지지해 주시고 이렇게 화답해 주셔서 감사, 또 감사..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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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B612 #낮잠asmr
6 се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