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훌륭하다 못해 위대한 이유 1. 완규형이 맛이 갔을 때, 태원이형님께서 “완규야! 그냥와. 형이 해줄께.” 그리고 이 노래를 만들어주셨다 한다. 2. 론리나잇의 박완규도 좋았지만, 아픔의 서사를 겪은 완규형의 지금의 이 슬픈 목소리가 감정없이 대충 불러도 수없이 반복하게 만든다. 좋은 노래란 그 키의 높낮이나 기교도 중요하고 좋지만, 듣는이를 감정적으로 얼만큼 움직일 수 있느냐라고 본다. 20/30대에게 최고는 김나박이 일 수 있겠지만, 30/40/50대에겐 부활이 그에 못지않고 훌륭하게 생각하는 이유. 저런 사랑을 해보지 않았어도, 아픔의 깊이는 저마다 다르기에 눈을 감으면 자연스레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부활, 태원이형님이 우리에게 있어 너무 좋다
비밀을 들으면서 가장 가슴이 울리는 구간은, 바로 마지막 피날레의 건반임. 인위적인 페이드 아웃이 아니라 마지막 한 음, 그 한음을 치지 않음으로 화음을 일부러 완성을 안 시키고, 그 결과 관객은 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은듯한 긴 여운에 잠기게 됨. 비유하자면 사라지지 않는 석양을 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안개속으로 걸어가는 이별한 연인의 희미한 실루엣이 남아있는 느낌이랄까... 사랑할수록과 함께, 태원이 형님의 천재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아닐까 싶음. 그리고 보통 천재들의 경우라면 나이먹으면 사라지고 마는 그 천재성이, 아직까지도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점이 대단하고...
중학교 때 등촌동 88체육관에서 백두산과 조인트 콘서트 할 때 보러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벌써 30년도 넘었네요. 당시 우리 나라에 락메탈 그룹 음악과 라이브가 붐을 이룰 때 부활, 시나위, 백두산 이 트로이카의 음악을 들으며 왠지 부활은 다른 두 그룹과 결이 다르다고 느꼈었고 특히 락메탈 음악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멜로디와 가사에는 항상 마음을 파고드는 특유의 서정성이 있어서 워커맨에 조용필 음악과 함께 늘 틀고 다니던 추억이 생각나는군요. 1집 때 희야가 대박을 쳤지만 전 왠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더 좋았고 그 문제의 2집에서는 회상 시리즈에 매료되어 지금도 자주 듣고 있습니다. 다만 좀 안타까운 건 예전에 비해 태원 형님의 솔로 연주 분량이나 플레이가 많이 짧아지거나 축소된 듯한데 이게 아마도 체력이 떨어지셔서 그런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세월을 이길 수는 없기에 같이 늙어가는 입장에서 이해는 가지만 마음이 아픈 건 감출 수가 없네요. 그리고 박완규 씨의 보컬은 항상 몸을 통으로 울리는 듯한 소리였는데 이번 라이브는 예전에 비해 소리의 울림도 그렇고 뭔가 노래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내려놓으시고 좀 더 편하게 부르시는 느낌이라 청취자의 입장에서도 같이 편안함을 느낍니다. 제가 오랫동안 태원 형님의 팬으로 살다보니 말도 글도 다 좀 수식이 많이 붙네요.ㅋㅋㅋ 암튼 이렇게 건재하신 모습으로 현역의 자리를 지켜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 부활의 음악은 제겐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큰 추억이었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설레이는 기억입니다.
노래 꽤 한다는 사람들도 서서 온몸을 써야 이 노래를 부르는데 완규횽은 그냥 앉아서 소화 하네요. 이전에 안좋을 때 힘들게 비밀 부르시던 것 보다 이제는 쉽게 소화 하시네요. 아기 때 파리약 삼키고 입은 성대 부상, 솔로 독립후 망가진 성대를 기적적으로 회복해 가는게 무슨 무협지에 주화입마 걸린 고수가 내공을 얻어 초고수로 부활해 가는 거 같습니다. ㅋ
부활의 많은 곡들이 그렇지만 이곡은 사실 너무 담백하고 단순한 구성의 곡입니다. 심지어 박완규님 보컬도 기교라는 것이 거의 없고 김태원님 기타도 앰프 드라이브외에 다른 이펙터를 거의 안쓰시고요. 명곡은 그런것 같아요. 조미료를 치지 않아도, 예쁘게 포장하지 않아도, 화려한 솔로가 없어도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되어 있는 그런 곡인것 같아요. 부활 리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