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ella_Freni #Soprano_Freni #미렐라_프레니
미렐라 프레니처럼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성악가도 드물다.
거만할 정도로 자기 확신에 차 있던 카라얀의 격찬을 몇 번이나 받았을 뿐 아니라, 아름답다는 찬사가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프레니는 이탈리아 정부의 대십자 기사,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뇌르 훈장, 빈의 궁정가수 칭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 직접 수여한 명예시민 열쇠, 그리고 2002년에는 영국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전문잡지 "그라모폰Grammophon"의 '평생 공로상'을 차례로 거머쥘 수 있었다.
1963년 라 스칼라에서 '프랑코 제피렐리 Franco Zeffirelli 프로덕션'이 연출한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La Boheme을 지휘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공연이 끝난 후 프레니를 포옹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울어본 것은 평생 단 두 번이오.
첫 번째는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두 번째는 당신의 미미에 감격한 지금이라오."
이 말은 카라얀이 세상을 떠난 후, 프레니가 마에스트로를 회고하면서 꺼낸 말이므로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러나 적어도 카라얀이 이런 말을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는 증인은 많다.
"내가 가수로 태어난다면 말이야, 프레니처럼 노래하고 싶다네."
• 카라얀이 이상형으로 생각한 소프라노
프레니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지휘자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이었다.
프레니는 카라얀을 통해 세계적인 가수로 거듭 태어났고 곧바로 큰 실패를 맛보기도 하는 등 영욕을 함께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1963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된 프랑코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라 보엠"이야말로 두 사람의 오랜 협력의 출발점이었다.
카라얀은 프레니의 미미에 감격했고 그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자신의 오페라 지휘 일정에 중용하리라 결심했다.
이 제피렐리 프로덕션의 "라 보엠"은 "잔니 라이몬디 Gianni Raimondi"가 로돌포를 부른 영상물로 제작되었다.
상업용 오페라 영상물로는 가장 초기에 속하는 고전적 자료라 카메라 워크가 단순한 편이지만 연주는 1973년 카라얀과의 재녹음 - 파바로티 공연 -보다도 더 이탈리아 오페라답다.
또한 제피렐리의 연출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생활을 정감 있게 다루고 있는데, 특히 눈 덮인 교외에서 벌어지는 3막은 아주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듬해 올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는 참담한 실패의 상처를 남겼다.
제피렐리 연출, 카라얀 지휘, 프리마돈나 프레니.
이 공식은 "라 보엠"과 동일했지만 라 스칼라의 관객들은 "마리아 칼라스 Maria Callas, 1923-1977"의 전설적 비올레타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국의 평론가 "패트릭 오코너 Patrick O'Connor, 1966-"는 그 실패의 원인을 흥미롭게 분석했다.
관객들의 칼라스 집착 탓도 있겠지만, 격정적이고 흐트러짐도 필요한 비올레타 역으로는 프레니의 캐릭터가 너무 나이브하고 신중한 모범생 스타일 아니었는가 하는 것이다.
비록 라 스칼라에서 실패했지만 프레니의 "라 트라비아타"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환영받았다.
순수한 리릭 소프라노로서, 또는 약간의 콜로라투라가 가미된 소프라노로서 꾸준한 성가를 쌓아나간 프레니에게 변화의 자극을 준 것도 역시 카라얀이었다.
카라얀은 프레니에게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Otello"의 데스데모나를 맡아줄 것을 제의했다.
리릭 소프라노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역이어서 1년이나 망설이던 프레니는 결국 승낙했고 1970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3년 후, "오텔로"는 당시 상대역이던 테너 "존 비커스Jon Vickers, 1926-2015"가 출연하고 카라얀이 직접 연출까지 맡은 오페라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프레니에게 아무런 약점을 찾을 수 없다.
카라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점 더 무거운 역을 불러보라고 권유했다.
그 결과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Don Carlo"의 엘리자베타, "시몬 보카네그라, Simon Boccanegra"의 아멜리아, 그리고 푸치니의 "토스카, Tosca"가 새로운 레퍼토리에 추가되었다.
드디어 카라얀은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 Aida"까지 함께할 것을 원했다.
누구도 프레니의 아이다를 생각할 수 없었을 텐데도 말이다.
프레니는 거장의 제안을 심사숙고한 끝에 겨우 승낙했다.
그 산물은 1979년 EMI 음반으로 출시되었다.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 1946-"가 라다메스를 맡은 점도 의외였던 이 음반은 비록 소수지만 일부 음반평론가로부터 "아이다"의 최고 명반으로 꼽혔으니 적어도 실패작은 아니다.
카라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류를 오랫동안 불러온 프레니에게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Turandot"의 타이틀 롤을 제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영역이었기에 거절하고 말았다.
괴팍한 성격의 카라얀도 기분이 상해 더 이상의 공연을 제안하지 않았다.
밀월 관계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글 : 유형종 -
8 фев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