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면 작품만 보고싶지 사료 전시해놓은 것들에는 눈이 잘 가지 않았는데.. 우연히 내 마음에 어떤 작품이 들어와 처음 만난 사람 이름 외우듯이 작가 이름을 되새기다보면 결국에는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각각의 작품이 그 삶과 어떻게 결을 함께 하는지까지 다 알고싶어지는거 같다. 그 작가와 사랑에 빠져야만 그 생애를 엿볼 수 있는 사료들이 궁금해지고 소중해지는듯.. 실제로 전시를 볼때는 1관의 첫 도입부인 사료전시 섹션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전시를 다 보고 와서 이 영상을 보니 새삼 가장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료구간이 의미있게 느껴진다. 나는 김환기 박완서는 알지만 박수근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전시를 보고나니 김환기라는 거대한 기둥 옆에 박수근이란 새 기둥이 나란히 세워진 느낌. 전시보고 나오는 길에 이런 전시를 혼자보기 아까워서 지인들에게 보러가라는 카톡을 보내고 네이버에 검색해 전시리뷰를 잔뜩 읽고도 맘에 차는 설명이 없어 유튜브에 와서까지 박수근을 검색했는데.. 영상에 깔린 비지엠 때문인가 박완서 때문인가 아니면 너무 짧았던 생 때문인가 영상을 보면서 감정이 막 일렁인다. 어느 전시건 준비하는데 많은 노고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박수근전은 박완서와 한영수라는 프리즘을 더한 기획, 마치 백자를 전시해놓은 듯 어둠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작품들, 오래도록 맴돌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공간구성까지.. 너무 좋은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걸음 뒤 작품 앞에서 두걸음 뒤 그리고 세걸음 뒤가 다 다르게 보이는 그림들, 그 안에 절제된 색들이 눈에 분별될때까지 머무는 모든 시간들이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가슴 벅참으로 한 점 한 점 놓칠세라 눈에 박제하듯 귀하게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MMCA에서 또 한 번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 한해도 박수근 선생의 나목처럼 희망을 품고 꿋꿋하게 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