𝐏𝐋𝐀𝐘𝐋𝐈𝐒𝐓 00:00 Joe Hisaishi - il porco rosso 01:38 Purity - Beautiful Piano Song, Relaxing BGM |BigRicePiano 05:29 이루마 - Indigo (인디고) 08:24 이루마 - Reminiscent (회상) 11:26 심현정 - A Werewolf Boy 15:29 이루마 - Loanna 19:40 Ronkon - Slow and Hurry 22:43 Journey to the Windy Forest - Beautiful Piano Song ♫|BigRicePiano 27:35 피아노의 숲 - Midsummer's Night 30:00 Yutaka Hirasaka - a beautiful day
얘들아 봄엔 너희들을 닮은 벚꽃을 봐야 하니까 여름에 죽자. 그리고 여름에는 그리운 바다를 봐야 하니까 가을에 죽자. 그리고 가을에는 포근한 바람에 안겨봐야 하니까 겨울에 죽자. 그리고 겨울에 우리의 마지막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추우니까 조금만 더 살아보자.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보자 우리.
지구 온난화로 기후가 높아지고 있어 겨울에 보이던 눈은 없고 흙이 더더욱 선명해지고 있어 너는 녹아 없어졌지만 나는 아직 여기 있단 말이야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아 마지막으로 인사하며 예쁜 꽃도 보기로 했잖아 들리니? 들리면 좋겠다. 다음 생에는 더 운 좋은 눈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래.
시린 겨울이 지나고 난 뒤 매화가 피기 시작할때 우리는 죽기로 약속했었다. 어떻게든 겨울을 이겨 송송이 피어난 매화를 보고 나면 네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매화가 피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나는 안일하게도 그게 봄에 대한 너의 기대라고 생각했다. 너의 집 앞에 매화가 활짝 피어난 그 날 너는 너의 집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너는 마치 내가 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알았다는 듯이 나에게 말도 없이 죽었다. 나에게 매화는 너의 삶에 대한 기대였고 너에게 매화는 너의 죽음에 대한 기대였다.
난 겨울이 싫었다. 아무리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그 사이로 들어오는 날선 바람들은 차가웠고, 그 추위는 내가 살아있음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했다. 걸을 때마다 기분 나쁘게 철퍽거리는 회색빛 눈은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가지만을 흔드는 나무들은 혼자 남은 나를 닮아서 보기 싫었다. 생명들이 잠에 취하고, 시들어버리는 죽음의 계절. 나는 무수히 많은 죽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겨울이 끝나고 찾아오는 생명의 계절. 이슬을 머금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꽃들과 가지마다 피어난 분홍빛의 벚꽃들이 흩날리는, 모든 것들의 시작. 그 시작들 속에서 나는 찬란한 죽음을 선택했다. 새로 피어나는 것들 사이에서 그대로 머물기 민망해서, 나는 시들었다. 반짝이는 것들 사이의 어중간한 무언가는 아무것도 될 수 없지만, 아예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남은 이들은 그가 가장 반짝일 때를 기억하게 된다. 그들의 기억속에 나는 반짝일테니, 더이상 반짝이지 않는 현재의 나는 소리없이 사라지겠다. 분주하게 숨쉬는 생명들 사이에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것들도 기억될 수 있다면.. 그래, 우리는 봄이 오면 죽기로 했다.
우리 겨울을 살아남았잖아 시리고 황량한 겨울을 치열하게 견뎌냈잖아 드디어 봄이 왔는데,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왜 겨울은, 시리고 황량했기에 살아남은 거야 온기를 다시 한 번 쥐어보고 싶었기에 겨울을 견딘거야 나는 봄이 가기전에 꽃과 함께 저버릴거야 그뿐이야
"우리, 이제 죽을까." 싱긋 웃으면서 한다는 말이 저소리다. "...오늘? 지금? 여기서?" "응, 그야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너와 함께라면 죽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 누워보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 곁에 함께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다 살기를 바라는데 너는 왜 그럴까." "......" 예쁜 분홍색, 노랑색 꽃들에 손끝을 가져다 대었다. 싱그러운 빛으로 빛나며 이슬을 머금고 있는 그 생명을 보았다. "그래, 네 마음이 여직 변하지 않았다면, 함께 죽어줄게." 나는 덤덤히 가라앉은 눈을 한 그와 마주보았다. "죽자, 우리." 내 말에 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아름답게 살랑이는 긴 속눈썹을 바라보다가, 가느다란 약병을 열어 우리의 얼굴 사이에 가져다 댄 채 가까이서 숨을 쉬었다. 보라색과 남색의 연기가 보글대며 올라오자 그것을 들이마셨다. "...윽," 그 또한 약병의 독을 들이켜고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를 끌어안은 품은 놓지 않았다. 나도 피식 웃으며 그를 안은 채 약병을 쥔 손에서 힘을 뺐다. 스르륵, 툭. 약병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보, 혼자 죽는 건 무서워하는 주제에 살기도 싫어하는. 그런 네가 좋은 나도 참 바보다, 안 그러니? 우리는 꽃들이 가득 핀 아름다운 꽃밭을 무덤 삼아, 침대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느 봄볕 좋은 한낮의, 서로밖에 없는 연인의 때이른 낮잠이었다. 아무도 그들이 죽었다곤 생각못할, 편안히 서로를 끌어안고 잠든 모습으로, 그들은 꽃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숱하게 지나는 계절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멈춰버릴듯 했던 시간은 기어이 또 한 번의 봄을 불러왔다. 눈을 뜨면 온갖 것들이 아름다운 날들이다. 새가 지저귀고, 꽃이 피어나며 그대들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의 근원이 물밀 듯이 밀려와 나를 기어코 살고싶게 만든다. 왜 하필 봄일까. 추운 겨울도, 쓸쓸한 가을도 아닌 이렇게 설레임을 가득 안은 사람들 사이에서 굳이 골라도 봄을. 그러나 그 이유는 헤아릴 수 없는 강물이 그저 흘러가듯 너조차도 알기 버거웠을테지. 설레임을 가득 안고 살아가기만해도 부족한 이 계절, 그러나 너와 내가 처음 만났던 이 찬란한 계절에 마무리를 짓게 되겠지. 또 다시 흔들리고 설레이는 나에게 다가와 너는, 하지만 우리, 이 아름다운 봄에 죽기로 했잖니. - spring - / 한여운
올해 봄의 신록은 유난히도 싱그러웠다. 지나치게 쨍한 푸르름은 아찔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런 선명함은 내가 지내왔던 잿빛 계절들이 더욱 바래진 느낌이 들게 하였다. 나를 봐달라고, 나의 싱그러움을 어서 봐달라고. 봄은 쉴 새 없이 보채고 어리광 부렸다. 여린 햇살로, 미지근한 바람으로, 어렴풋한 풀 향기로. 그래서 봄은 너 같았다. 그렇게 보채고 어리광 부리더니 너를 느껴갈 때쯤 이내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봄의 햇살, 봄의 바람, 봄의 향기. 나는 그 봄을 견딜 자신이, 살아낼 자신이 도무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보여줄거면 빨리 보여주지 그랬어. 내 세상은 온통 겨울뿐이라 오지 않을 봄이니, 만에하나 봄이 온다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겠다 약속했는데. 오지 않는 봄을 원망하며 안심했는데. 참 아름답구나 봄은. 지겨웠던 삼계절을 지나 이제야 사계에 물들게 됐는데, 기꺼이 죽겠단 약속과는 달리 아프구나. 그래도 꽃 피우리. 언젠가 우리가 할 약속처럼.
새하얀 눈을 바라보며 약속했다 나는 무슨 기분이었을까 너와 인생을 마지막까지 살고 싶었다 남김 없이, 눈을 감기 직전 후회가 아닌 추억을 회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라지기 직전 용기가 핀 것이었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꽃밭은 끝도 없이 계속되었고 나는 그곳에 드러누워 새파란 여름 하늘을 보고 싶었다 너가 나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니
네가 이 삶을 끝내자고 해서 분명 봄이 오면 죽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봄은 틀렸다. 죽기 전에 봄 날씨가 어떤지 궁굼하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봄을 맞은 언덕을 마주했다 죽고자 하는 마음이 봄 햇살에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곳에 온 걸 너는 후회할까 우리는 이곳을 찾아온 목적을 잠시 잊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봄의 따사로운 햇살이, 봄에 활짝 피는 들꽃들이 화창한 날씨가 한데 어우러져 삶의 기로에서 나를 붙잡는다 네가 봄에게 못 이겨 다음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으면 네 입으로 다음 해 봄이 오게 해달라 했으면 다음에도 이곳을 찾아오자고 했으면 너도 봄내음에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랬기를 기도하면서 나는 아무말 없이 네 손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니" 이 말이 떠올라 멈칫했지만 죽으면 네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없을 거야 다음 봄을 기약하자. 그리고 다음, 그 다음 , 또 다음 봄에도 다음 봄을 기다리자고 했으면 자작시 / 봄이 오면
우리 봄에 죽기로 했잖아 나지막히 울려오는 목소리는 조금씩 떨림이 있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런 그를 힘껏 밀쳐냈다 우리 같이 죽기로 했잖아, 약속 지켜 그는 내게 밀쳐져 넘어졌으면서도 여전히 내게 환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제서야 나는 이 모든 걸 납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미 죽었다는 걸. 나 때문에 너가 죽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결국 봄이 오기도 전에 차가운 겨울에 차고 흰빛의 눈발을 맞으며 이별을 고했다고.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니. 새하얗고 보드라운 자태가 내게 말을 건다. 비상의 꿈을 안고 구름을 떠난 자의 말로는 쓸쓸하기 그지없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봄이 온다. 내 속이 투명해져 간다 . 사그라드는 지난 겨울의 흔적 난하고 난한 봄바람이 눈송이와 함께 아득해져 간다.
'겨울이 좋겠다.' 내 말에 아무런 물음표도 붙이지 않고 너는 곧바로 내게 말했다. '겨울은 너무 춥더라.' 조용하게 웃어준 너는 한참뒤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럼 여름으로 할까.' 그런 너에게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채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름은 우리를 받아주지 못할꺼라고 그러자 너는 얋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래, 봄이 좋겠다. 봄은 춥지도 우리를 밀어내지도 않을꺼야.' 그리고나서 너는 봄이 많은것들이 웃고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자연스럽게도 그런 너를 보며 봄은 너와 같은 계절이다 라 생각했다. 봄이 되는날 항상 웃어주던 너는 엉망인 얼굴로 내게 와서 오열했다. '그거 알아? 봄은 시작의 계절이래.' 날 잡고 계속 중얼거리는 너의 말에 난 모르겠다고 했다. '많은것들이...태어나는 계절이래.' 근데 그런 봄이 나같다고 해줬어. 누가?라는 물음은 필요없었다. 너는 빛나는 사람이니까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겠지. 나처럼, 바보처럼 떠올리기만 하진 않았겠지. '죽는게 무서워졌어. 적어도 봄에는 싫어.'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아. 라는 말이 나올리가 없었다. 겨우 무서워졌다는 너에게 그런 말은 필요없는것들일 뿐이다. '넌 죽지마.' 담담하게 너에게 말해줄것이다. "살아." 너만이라도 라는 말은 붙이지 않을거다. 바보같은 넌, 날 혼자 보내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바보같은 난, 그런 널 밀어낼수 없겠지. 봄같다는 말에 살고 싶어진 너와 겨울과 닮았다는 말에 마지막을 정한 나는 전혀 다른 길을 갈수있음을 아니까. '살짝 시시해졌어. 그니까 그만 하자.' 멍해진 눈으로 나를 보며 뭐를? 이라 묻는 너에게 나는 처음으로 너에게 웃으며 살아가보자라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너는 더욱 더 울었고 나는 더 열심히 웃었다. 나는 우리가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던 우리가 태어났던 계절인 가을에 누구보다 환히 웃으며 죽음을 담았다. 봄이었던 너는 부디 나를 늦게 떠오리길 바라며 너는 항상 이런 느낌으로 웃었구나 하면서 나를 기억해주길 빌었다.
효정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책 읽는 걸 참 좋아하는데, 오늘 이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들으니까 함께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오르면서 다른 세상에 붕 뜬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 책 내용이 워낙에 시큰거렸던지라 멍 때리고 음악만 듣고 있었네요. 이런 게 음악의 힘인가봐요. 말이 길었지만 그만큼 잘 듣고 감사하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이런 분위기 맛집... 효정님 플리 보면 약간 장화홍련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센과 치히로 생각나기도 하고... 암튼 그 판타지적인 그런 느낌적인 느낌인 플리,, 너무 좋다구여💖🙏 + 얼마 전 입시의 길을 선택하고 입시생이 된 인간이라 바쁜 나머지 오랜만에 들렀지만 역시나 너무 좋네요.. 오랜만에 들른 제가 미울정도로ㅠㅠ 종종 위안 얻고 가요😭💖
숨쉬는 게 싫었다. 숨쉴 때마다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은.... 매일 나를 삼키고 또 삼켰다. 아무도 없었다. 매일 내가 내 자신을 삼킬 때마다 매일 푸른 바다에 잠기는 내 자신을 볼 때마다 같이 울어줄 바람도 같이 안아줄 당신도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미치도록 도망치고 싶었다. 지금도 도망치고 싶다 어떻게 해야 내가 날 살릴 수 있는 지조차 전혀 모르겠다.... 그저 날아가고 싶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냥 그렇게 날아가고 싶다 홀로 그냥 그렇게 날 부딫혀 지나가는 바람을 맛보고 싶다는 기분을 당신은 아십니까? 일단은 버티고 있습니다. 언젠간 그런 날이 내 죽기 전에 한번쯤은 오기를... 그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신기했던건, 그동안 하루에빠짐없이 있던 사소하고 어쩌면 컸돈 일들, 눈을 감고 봄날의 어느 들판한가운데 관속에 노란 헤메로커리스의 꽃다발을 든채 정말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시나마 진짜..잠시나마 있던 고민들 아니 어쩌면 좋았던 일들까지 사랑에 간지러워하며 설렛던 순간까지도 다 의미없고 부질없는것을 느꼇다. 나의 마지막을 상상하게 해줬다. 인생은 마약같다. 아주 행복하고 독한 비록 몸이 많이 상할지라도... 정확히 10년만 딱 30살까지만.. 그 아름다운 봄날에 새싹이 피어날때 그 밑에 거름이 되어줄테니..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니." 나도 모르게 내 말에 담긴 가시에 네가 당황한다. ...너를 당황시키고 싶었던 건 아닌데. 그럼에도 사과보다는 설득이 먼저라는 생각에 생각을 정리하던 중, 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미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살자. 다신 억지 안부릴게." 다 컸네 진짜... 어쩌다 일이 요지경이 되어버렸는지 원. "진짜 마지막 부탁인데,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줄래..? 날 두고 떠나지 않아줄 수 있어?" 진심이 담겨있는 묵직한 날 것의 한 마디 한 마디. 우리는 너무 가까웠던 걸까. 분명 이리 가깝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울먹이는 널 보니 마음이 뒤바뀌는 이유는... 어느새 네가 내 삶의 이유가 된 걸까. 아니면, 나도 떠나는게 두려워서 일까. 말없이 너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약간은 갈색빛이 도는 눈에 글썽이는 물방울. 조금은 핏줄이 서버린 흰자위. 약간의 두려움 때문인지 가쁜 숨결. 무엇하나 평소의 너와는 달랐다. 나는, 난 너의 이런 모습을 보고팠던게 아닌데. 그냥 웃으며, 같이... "...떠나지 않을거지?" 너의 그 말 한 마디에 생각이 정지했다. 그저 너의 울먹이는 모습이,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조금 더 내 눈에 잘 들어왔다. "아니, 진짜 같이 있으면 너무 좋아서 그래. 혼자서는 두려워. 제발..." 그 커다란 눈망울이 자꾸만 끔뻑이며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넌 나보다 조금 강인했었어. 넌 내가 네 곁에 있어준다면 이 힘겨운 세상을 버텨낼 수 있다는 거구나. 하지만 어떻게 해야 돼? 난 너가 있어도 그럴 의지가 없는걸. 그러다 우리 둘의 옆에 물 소리를 내며 적막하게 흐르고 있던 강을 바라봤다. 너는 고백을 건내고 대답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는 풋풋한 아이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날이 찬 걸..." "어, ...응?" 물론, 날은 그리 차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정상적이지는 못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아직 세상을 버텨낼 수 없겠지. 하지만... 너를 위해서. 네 곁에 조금이나마 머물고자 노력해볼게. 약간은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왔다. "돌아가자. 추우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던 겨울이었다. 내 평생을 살면서 그토록 행복과 비슷하던 겨울은 처음이었다. 바싹 마른 겨울 나뭇가지를 줍기 위한 여정 또한 즐거워 지나가는 바람에서 꺄르륵 소리가 나는 듯 했다. 차가워야 마땅 할 바람은 시원하고 내일의 나의 모습이 그려지는 이상한 겨울 하지만 난, 봄이 오면 죽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봄이 오면 죽기로 했잖아. 여린 꽃망울로 쓰디쓴 차를 내리고 그 속에 고요히 잠겨 죽어가기로 했잖아. 그 찬란함이 너무나도 버거워서, 결국 숨어버리기로 선택했잖아. 그런데 사실 난 그 선택조차 두려워서 봄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나봐. 여린 꽃잎 하나 잡기 두려워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멍하니 서있는 중이야. 부디, 다음 봄엔 죽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