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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년 7월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여름 6학년때 친구들과 축구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으면서 알바하는 형이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다섯손가락의 "풍선" 이 흘러나오고 그때 문뜩 '나는 어른이 되면 이 순간을 기억할까?' 혼자 생각했었는데 벌써 30년이 흘렀군요^^
그런 날이 인생에서 한 번쯤 오는 거 같아요 15살 때 운동장에서 교장샘 훈화가 너무 길어서 베베 몸 꼬다가 언젠가는 이 날을 추억할 때가 오겠지? 라고 문득 생각했었는데 그 때만큼의 나이보다 더 먹었네요 똑같은 일상에서 잠깐 다르게 생각한 날일 뿐인데 아마 평생 못잊을 듯해요😊
매년 연간 경제 성장률 10% 찍던 우리나라 최고의 리즈 시절입니다. 2% 주변 빌빌 대는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와 비빌 데가 아니지요. 특히 85년 플라자 합의로 일본이 맛탱이 가면서부터 IMF 직전 까지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저 때를 살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입니다. 요즘 태어나는 친구들은 평생 겪어 볼 수 없는 고성장 시대니까요.
예전 지하철은 진짜 감성이었다. 스크린도어 따위는 없었다. 유선형 지하철 보다는 각진 박스 같은 지하철.. 지하철 진입시 불어오는 먼지바람 싹다 들이마시면서 탔던.. 쇠로 만든 지하철 의자와 용수철로 만들어진 손잡이들 다음 역과 열릴 곳을 알려주는 작은 전광판 플랫폼은 죄다 욕실 타일처럼 되어있고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바형 게이트 역사 한가운데 존재하는 담배부터 해서 뭐든 파는 구멍가게까지.. 어렸을 적 몸이 안좋아 서울의 모 병원에 다녔던 길들을 추억하며.. 따스한 봄날 병원 때문에 조퇴한다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고 버스타고 1시간동안 달려 조립식 건물로 만들어진 남부터미널에 도착한 어렸을 적 나는 맥도날드 밖에 모르던 나에게 버거킹의 와퍼라는 신세계를 영접시켜주고 시장 골목 도나스 밖에 몰랐던 어린 나에게 먼치킨이라는 던킨 도너스를 맛보게 해주었던 곳이었다. 남부터미널역 3호선의 계단으로 내려가다보면 마주치는 구걸하는 노숙자들과 그들에게 동전을 던져주는 정장입은 아저씨들. 역사 내에서 하나님을 믿으라 설교하는 사람들과 무서운 그림들 어린 나에게 있어서 서울은 유토피아였다.
지금 영상을 보면 되게 아른한 느낌인데요.. 혹시 화면이 아니라 실제 현실이라도 그런 느낌일까요? 왜 질문하냐면 예전 tv에서 영화보며 살짝 누론 느낌이라 영화가 영화 같은 느낌인데 요즘 최신티비로 보면 너무 실사 같아서 영화를 본다기 보다는 그냥 실제 현실을 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예전 영화보는 아련한 누런 느낌이 없달까? 결론은 저 영상속 80,90년대도 실제 속으로 들어가면 저 느낌일까요
지금은 상권이 다 죽어버렸지만 그 시절 신촌거리는 항상 사람으로 붐비고 가슴 설레게 하는 곳이었어요. 고1 때 신촌시장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 전구 사러 갔다가 신촌문고에 들러서 선 채로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 체험'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훗날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신촌문고에서 선 채로 읽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선배들 앞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고 수없이 술잔을 권해 받았었죠. 작년에 오에 겐자부로가 죽었다는 뉴스를 들으며 나의 젊은 시절로부터 참 멀리 지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