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집배원의 가방엔
손편지 대신 고지서가 넘쳐나지만
시골 우체부는 아직도 정情을 실어 나릅니다.
강을 건너고 논밭을 가르며 굽이굽이 시골길 따라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가을 이야기,
벌교 우체국에서의 3일입니다.
다큐멘터리 3일 (일요일 밤 11시 5분 KBS 2TV)
“가을 편지 - 벌교 우체국” (2013.11.3 방송)
1. ‘정’을 배달합니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기도 한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는 꼬막, 장뚱어, 감자, 고구마, 쌀 등 농수산물이 풍부한 아름다운 고장이다. 가을철 수확시기가 되면 이곳 우체국도 한층 분주해진다. 벌교우체국의 집배원 13명이 하루종일 배달하는 우편물량은 한 사람당 800~1000여건. 오토바이에 내려 숨 한번 돌릴 새도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이지만 시골 우체부는 단순히 우편물 배달만 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신해 약을 사다 전해드리고, 외로운 노인들의 따뜻한 말벗도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 빨간 배달 오토바이 가득 정(情)을 담고 달리는 시골 집배원들을 만난다.
2. 어머니의 눈물 젖은 가을편지
정성스럽게 손으로 쓴 편지가 귀해진 것은 시골우체국도 마찬가지다. 우편물 백통 가운데 한두 통 있을까 말까한 희귀품이 된 손편지. 그래서 어쩌다 만나게 되는 손편지는 전하는 집배원도 받는 주민도 더없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밭일 갔다 돌아온 서삼심 할머니를 활짝 웃게 만든 반가운 소식. 그것은 바로 멀리 시집간 딸에게 생애 처음으로 받아보는 손 편지였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딸의 가을편지에 늙은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3. 섬마을 집배원? 섬마을 해결사!
벌교우체국에는 특수집배구역이 있다. 벌교에서 뱃길로 삼십분 거리의 작은 섬 장도리. 박복수 씨는 이 섬마을을 책임지는 유일한 집배원이다. 본업인 우편물 배달은 기본, 약 심부름, 공과금 대납, 집수리까지 그의 손을 거쳐가는 일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이 섬엔 도움이 필요한 70세 이상 노령인구가 30%를 넘기 때문이다. 벌교우체국 집배원 가운데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일을 하는 장도리 집배원 박복수씨. 그의 낡은 빨간 오토바이는 오늘도 섬마을의 구석구석을 밝히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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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се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