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한 스타트업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기술을 개발했는데, 대기업 사내벤처 출신의 회사가 이 기술을 탈취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저희는 양측의 입장을 다 들어보면서 취재를 진행했고,
아직 기술 탈취나 특허 침해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를 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스타트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신빙성 있다는 판단 하에 관련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운전자가 차량에 가까이 다가가면 저절로 차문이 열리고, 멀어지면 자동으로 잠깁니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차키는 따로 필요가 없습니다.
국내 스타트업이 수년간 개발 후 시장에 출시한 디지털 차키‘키플’이라는 제품입니다.
소비자가 스마트키 PCB기판을 분리해 단말기에 꽂고, 차량 내부에 장착만 하면 되는 간편한 시스템입니다.
차종마다 스마트키를 분석해 맞춤형 디바이스를 만들었고, 현재 차량 50여종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으로부터 다른 업체가 자사의 기술을 탈취해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2020년 1월 출시한 제품과 똑같은 방식이 1년 4개월 후 다른 회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기존에는 전문가가 배선 작업을 하거나 납땜을 거쳐야 가능했던 시스템을 소비자가 직접 설치하도록 업그레이드한 제품인데, 이걸 똑같이 따라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기존 방식 또한 2016년부터 여러 IR에 참여하고 국내 완성차 기업에 제안도 했던 자사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5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관련 특허까지 보유한 상태라 기술 탈취를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 이시권 / 스페셜원 대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술이었거든요. 이게. 그래서 특허가 보통 우선심사를 거친다해도 6개월,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저희는 40일만에 등록이 됐어요.
자동차키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구조인데, 그걸 지그와 포고핀을 이용해서 연결하는 구조를 특허 등록까지 받은 상태고,
그걸 가지고 시중에 유통하고 있었는데, 그거와 동일한 제품이 나온 거죠.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판매되는 다른 업체 제품을 확인해 보니 거의 동일한 시스템임은 틀림없었습니다.
대기업 출신의 연구진이 가지고 나온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등록된 특허는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독자적 기술이며 다수의 특허 출원 중이라고만 명시가 돼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관련 유명 유튜버들이 사용한 후기가 광고처럼 올라와 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상대 업체는 물론 유튜버들에게도 연락을 취해 기술 탈취 관련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아무런 답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 이시권 / 스페셜원 대표]
다른 기술이다, 아니면 종전에 있던 기술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는데 그러면 그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근거들이 있거든요.
저희처럼 특허를 등록했다든지 아니면 그런 내용의 뭐가 있다든지…
구성 요소까지 다 똑같은 상황에서 이거는 저희가 판단했을 때 카피라고밖에 볼 수 없거든요.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 측에 메일을 보내 서면으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회사는 국내 완성차 대기업으로부터 분사한 상태지만, 여전히 대기업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업체는 자사의 디지털 차키는 오래 전부터 개발해 온 독자 기술이며,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은 허위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첫 제품 출시는 분사 직후인 2019년 6월이기 때문에 2020년에 출시한 상대방 제품은 탈취할 대상도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영업 방해를 중단하라는 내용 증명과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검토 의견서를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이 회사가 주장하는 제품 출시시기에 어폐가 있었습니다.
2019년 6월에 나왔다는 제품은 소비자가 단말에 끼우는 방식이 아니라 스마트키를 업체로 보내면 제작해서 다시 발송해주는 형식.
‘키플’을 만든 스타트업이 주장하는 건 소비자가 간편하게 설치하는 방식인데, 이 업체가 만든 제품은 분명 올해 5월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마저도 이미 50여종의 디지털 차키를 완성한 키플과 비교해 현재 딱 1종의 차량에만 적용 가능합니다.
그 외 차량들은 기존처럼 직접 스마트기를 받아 제작해서 보내주는 방식으로 판매 중이었습니다.
변리사는 여러 가지를 검토해 본 결과, 기술 탈취와 특허 침해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전화인터뷰 - 이원영 / 변리사]
법률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이랑 상대방 주장이 일부 일리가 있을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술 탈취나 특허 침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어떻게 보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건 법적 결과를 기다리는 것
앞으로 기술 탈취를 입증하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높은 관문을 두 번이나 통과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 창업가는 국가가 주도해서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성장이 이런 식의 장애물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 이시권 / 스페셜원 대표]
매년 국가에서 1조 3천억 원을 스타트업에 지원해 주고 있는데, 그 지원금을 받아서 성장해 가는 스타트업을 대기업에서
이렇게 카피 제품을 내놓으면 스타트업은 죽을 수밖에 없거든요. 소송을 하게 되면 5년, 10년씩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소송하랴 사업하랴 이건 좀 말이 안 되거든요. 비용도 비용이고…
채널i 산업뉴스 이창수입니다.
20 окт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