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마감을 보내고 약간 여유 있는 한 주가 찾아올 예정이라면서, 뭔가 만들어서 올리겠다는 예고도 했었습니다만, 모르는 사이에 2주가 훅 지나갔네요. 밀린 게임 하느라 오히려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뜬금 선곡을 해봅니다. 1998년 초에 발매한 게임인 서풍의 광시곡의 타이틀곡, THE GREAT REPEAT. 서풍의 광시곡은 창세기전 1편을 맡았던 적이 있었던 저에게 다시 한 번 제작 요청이 와서 참여하게 된 타이틀이었습니다. 다만, 게임의 규모는 더욱 본격적으로 거대해졌기에, 혼자 감당할 수 없는 타이틀이란 느낌이 들어 주변의 능력자 두분을 끌어들여서 만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실력자라, 제 작업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저도 딱히 경험이 더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같이 참여한 두분의 경우 이 게임이 데뷔작이었을 겁니다. 25년 전이네요.
뜬금 이 곡을 고르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모처럼 서풍 음악을 만들었던 3인이 모여서 치킨 시간을 가졌네요. (+1인이 더 있었지만, 서풍 멤버는 아니니..) 뭔가 대단한 목적을 갖고 모인 건 아니지만, 이 인원 구성으로 같이 식사라던가 맥주 한 잔 했던 기억이 없더군요. 각각 따로는 기억이 있는데, 모여서 뭔가 했던 건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런지,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서풍의 광시곡에서 제가 만든 곡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시작과 끝을 맡았네요. 타이틀, 스탭롤 이후에 나오는 마지막 곡. 혹은 첫 던전 인페르노와 최종 보스 체사레. 맡은 곡 수는 적은데, 던전 위주로 만들어서 그런지, 게임 플레이하면서 듣는 시간으로만 보면 은근 길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타이틀 같은 경우는, 별 생각 없이 왼손 반주를 반복하다가, 떠오르는 대로 맞춰 넣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반복하던 중, 창세기전 1편의 멜로디를 넣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넣어봤는데, 별다른 위화감이 없길래, 그 방향으로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타이틀곡을 만들 때 창세기전1편의 음악을 어레인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곡은 아닙니다. 창세기전 1편의 음악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서풍의 광시곡 타이틀곡이 창세기전1 타이틀곡의 어레인지라는 걸 아는 분도 몇 없을 겁니다. 어떻든 처음 부터 끝까지 같은 반주를 반복하기도 하고, 1편의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했었기에 말장난 같은 느낌으로 THE GREAT REPEAT라는 곡명을 붙였습니다. 1편 타이틀곡 자체가 짧은 프레이즈를 계속 반복하는 스타일의 곡이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솔로 위주의 곡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구간이 있는데, 바람의나라 타이틀곡을 떠올리게 될 수도 있겠네요. 대부분의 게임들은 타이틀 화면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화면에서, 가만히 있으면 뭔가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화면 바로 넘기지 말고 좀 있어보라는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뭔가 발견했다는 기분으로 전할 때의 재미 같은.
THE GREAT REPEAT
RHAPSODY OF ZEPHYR REMASTER SOUNDTRACK
COMPOSED BY JOOEUN HWANG
16 се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