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놈이다. 게다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이다. 나는 그것을 관성적 태도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끔찍했던 과거와 아픈 상처를 겪은 시점으로 되돌아가려는 행위. 중력보다 강한 끌림이었다. 불편한 품으로 돌아가 쉬고자 하는 마음. 불안함에 가슴이 뛰고 숨이 차며 저절로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야 비로소 느끼는 고향의 익숙함. 햇살에 바짝 말라 깨끗한 일요일 오후의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볕이 들지 않는 지하실의 이끼와 곰팡이 사이로 기어들어가는 일과 같다. 고약하다.
그러나 나는 버틸 힘이 있다. 질질 끌려가지 않을 정신력을 길러왔다. 되려 크게 소리를 지르고 두 발로 당당히 거슬러 걸어갈 기운과 자신감을 충전해 두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나는 자랑스럽게 여긴다. 고단할지언정 가치롭다. 긴장으로 굳은 등줄기를 씻어내는 따뜻함이다. 조금 낯설고, 왜인지 내 것이 아닌 듯하지만 분명 내 몫인 것. 희망. 평안, 그리고 고요. 나는 나의 관성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벗어나는 법을 배운다. 볕이 들지 않는 심해에서 태어났으나 반짝이는 눈을 가진 별종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수면이 반짝이면 나는 힘차게 헤엄쳐 그곳에 닿는다. 그리고 마침내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마주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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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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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сен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