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김영하님의 단편을 잘 들었습니다. 저도 제 SNS계정에 감상평을 이렇게 남겨 봤어요. 물론 파피루스님의 유튜브를 소개해 놓고서 말이죠. *같은 문장도 반복을 거듭하면 마치 여러 역할을 맡은 배우처럼 여러 감정을 자아낸다. 언어의 유희로도 충분히 마음을 움직이는 김영하님의 단편을 산책길에 만났다. 과거가 많지만 지운 채 살아가는 남자에게 어느날 과거를 모르는 듯 미래를 꿈꾸는 여자가 나타나며 남자의 삶에는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모든 꿈꾸던 일이 일그러져 버린 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 그들. 그렇게 남겨진 남자의 마음에 미처 잠재우지 못한 바람의 여운이 남아서, 누군가의 꿈을 바람처럼 흡입해 버렸다. 산책길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치 소설속에서 튀어나온 듯, 내 마음속으로도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분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 게임을 한다. 게임이 한다. 글의 소재나 재재가 소설의 주제나 글의 방향, 독자의 감정이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명사뒤에 오는 조사만을 달리 했을 뿐인 글에서, 다가오는 의미의 파괴적인 전파력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터라 이 소설의 도입부분부터 몸을 곧추세우고 시청하게 되었답니다. PC통신과 인터넷 문화가 익숙해진 시대적배경과 정서가 제게도 익숙한 것 같은데, 글의 흐름과 기발한 문체는 저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았어요. 이소라님의 노래 "바람이 분다"가 연상돼 봄날의 아련한 꿈을 꾸는 듯도 했어요. 잘 듣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