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부터 괜히 전교 회장을 하는 바람에 저에 대한 부모님 기대가 하늘을 찔렀죠. 사실은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을 뿐인데 부모의 기대가 부담이 되어 중학교 들어가기 바로 전에 바닥 들어날까 무서워 형 따라 미국 유학 길에 올랐습니다. 미국에서 이젠 싫어하던 공부 안 해도 된다하며 방황했고 결국 그저 그런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입학했을 당시 축하 한마디는 커녕 엄마는 안 좋은 대학 들어간다고 서럽다고 울었고 아빠는 내게 사과를 요구했죠. 그래도 장학금 받고 들어간 나쁘지 않은 대학인데 시작이 엉망이었어서 그런지 학교에 애정이 안 가더라구요. 그냥 나는 실패자 같고 공부는 내 길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며 결국 낙제하고 20대를 파트타임 알바만 해가며 낭비 했습니다. 오래 사귀던 친구와 이별하고 뒤늦게 정신차려서 스물 후반에 대학을 다시 들어가고 졸업하여 지금은 '그저 그런' 회사에 취직하여 그래도 1인분은 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방 했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더군요. 어렸을 적 부터 선방했다는 마음가짐만 있었어도 지금보다는 행복 했을텐데, 내 스스로를 조금 더 사랑했을텐데, 아직 좋아하던 사람을 잃지도 않았을텐데, 그렇다고 부모를 탓하기엔 이미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불릴 나이라 그것 마저도 못하겠더군요. 이미 저는 벼랑 끝에 내몰리며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힘든 20대를 겪는 청춘들이 있다면, 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으면 하네요.
예전에 모 토크콘서트에 우연히 갔었는데 장항준씨 토크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그때 저런 아버지와의 일화를 들려주셨는데 아이를 안하무인으로 키우는게 아니라 정말 사랑으로 키운다는게 뭔지 알 것 같더군요 내 아이라고 무조건 추켜세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로써도 충분히 괜찮고 사랑받을만하다 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장항준씨가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복잡함.마음볶임을 이렇게 잘풀어 말해주고 인정하는 법,남의 기준에서 실패일수 있는 걸 내 기준에서 성공으로 시야돌리는 것, 조금 가볍게 바라는 걸 이렇게 표현해내는 것이 너무 멋진거 같아요. 나이들면서 자기애가 있어야 살아가는걸 느끼는 요즘. "선방했다." 충분한 단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