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왜 함께 할 수 없나 봄의 기척소리가 훈훈한 순바람에 휘몰아치고 그 속에 불굴의 투지로 피어난 각진 아네모네는 모래포구에서 온 낮선 이들 옷깃따라 흩어졌다 숱한 기행의 찬연한 우리들의 흩어진 조각 쓸어버린 이유가 내 기억에 닿지 않았던 그 모든 것들은 없기 때문인가 전구장치를 한듯한 진주가 전주맨꼭대기에서 울긋불긋한 직물을 내리비출 만큼 누구보다 먼저 돋아난 가지는 굴곡진 인생 쌓여있는 뒷모습 바라볼때면 아카시아 꽃이 피고 밤꽃이 지면 희로애락의 감정이 둥그런 포말이 되어 꺼져가는 아쉬움만 남는데 이비를 가릴 줄 아는 나이가 출발한 이후 기차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대의 정처없는 세월 속 찍힌 발자욱이 피할 수 없는 가엾은 반점으로 양서 좋은 햇살을 풋내기의 입김으로 머금어 선생님 유일한 자리를 마련하고 세상에 몇 없는 형체없는 붉은 반점되어 자취를 감추었네 눈 감으면 이 시대에 붙들고 있는 웃음소리가 아침이슬인냥 끈기 없는 손 끝에 내려받은 한낱의 고물로 젖어가지만은 얼룩배기의 정처없는 유속을 따라 달빛이 헤살치는 실바람으로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연결한 관 속 기쁨의 물이 다 빠져나가 우린 같은 옷을 입을 수 없었네 발길 닿는 여러 사람의 숱한 기행을 뚫고 마른 가지 하나로 삶의 넋두리 밤하늘 쏟아내는 그 한톨의 참깨가 그대가 떠난 내 유일한 약점거리 세상도 날 기쁘게 하는 꿈이 담긴 그 자리에 잡히는 건 끝이 헤진 마른가지 뿐 같이 시작해 같은 소리를 들었던 낙엽지던 한때 사랑 줄 것 많듯이 그대가 쌓인 잎새 큰 나무의 근심을 옅들었던 기억들 기억의 본질이 빛을 발하는 자와 그대와 같은 옷을 입었던 그 추억은 도착지가 없는 궤도를 따라 가기만 할 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