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줘』
작사 · 작곡 아키타 히로무
벼 이삭 흔들리는 시골 바람은
두고 온 계절의 혀를 차는 소리인가 한숨 소리인가
역 대합실에서 근심에 둘러싸여서
너 나 할 것 없이 우울하게 해
우울하게 해
어차피 떠날 생각이잖아
이 마을에선 다 그래
결의는 흔들리지 않는가
망설임 같은 건 없는가
고향을 버릴 생각인가
마음에 두지 마, 그걸로 됐어
돌아보지 마, 멈춰 서지 마
꽃, 공연히 싹터도, 싹트지 않아도
어릴 적 놀았던 교사의 벽이
금 가 부서진 만큼 우리도 상처받았어
가드레일 골대 항구의 거룻배
이 마을은 모든 게 녹슬어 있는데
아름다운 추억 같은 게 있을 것 같냐
울고 좌절한 기억밖에는 없어
이 동네가 싫다고 다들 말하지만
빨리 나가버리는 게 당연하다고들 말하지만
돌아와 줘
무언가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돌아와 줘
무언가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너의 그 우직한 마음은
만원전차 따위에 짓눌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이마에 맺힌 땀, 장래, 야망, 인간관계
지하철 노선도처럼 얽히고설켜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좋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더욱 좋지
고독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그저 사람은 여린 생물이니까
의지할 곳은 많은 편이 좋아
칠흑 같은 밤
칠흑 같은 밤에야말로 떠올려라
태어난 마을을
올해도 꽃이 피었어
멀리서 울리는 신사의 축제 음악
네가 없어도 여름은 지나가지만
소식이 없어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는 이의 모습을 돌아보며
축제가 끝나고, 어둠과 정적만이 남아
모래사장엔 불꽃놀이와 광기의 잔해
계절은 흘러가도 마음은 멈춘 채
네가 뛰쳐나간 그때 그대로
돌아와 줘
무언가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돌아와 줘
무언가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유채꽃밭의 풍차
편의점도 생기고
분교 교사도 다시 지어지고
그때부터 꽤 시간이 흘렀지
이 마을도 많이 변했어
일자리는 여전히 없으니까
젊은 녀석들은 다 마을을 나갔어
전에 자주 놀았던 그 공원도 올해 철거된대
꿈을 이뤘다며 가슴을 펴든
역시 안 됐다며 부끄러워하든
웃으며 만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잘나가지 못해도 괜찮아
빌딩 그림자 아래를 당당하게 걷는 네가
햇빛에 비추어진 모습을 생각해봐
바쁘게 살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
납득할 때까지 마음대로 해봐
돌아와줘
무언가를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돌아와줘
무언가를
16 ма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