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덕후인데 마지막에 살아남은 건 노튼이 아니라 브래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ㅎㅎ 브래드가 밤에 아르바이트? 일? 들을 할때 상영실에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타일러의 흔적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기사진'으로 대치돼는 타일러의 흔적은 파이트 클럽엔딩부에 픽시스의 웰얼 이즈 마이 마인드가 나오면서 스쳐지나 갑니다. 저의 최애 영화가 빨강도깨비님으로 다시한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오늘은 오랫만에 한번더 보고잘려고 합니다 ㅎㅎ
브래드 피트에 대한 인상이 확 꽂혀버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름돋게 기억되는 것은 주인공이 비행기 옆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자동차 리콜의 차가운 방정식을 불어버릴 때였습니다. 어린시절 사랑받지 못해서 가구를 유사가족으로 삼게된 사람에게 추악한 자본주의 현실과 비행기 시차의 콜라보가 너무 버거웠고 그 결과 정신적 균열이 일어났다고 이해하는 중입니다. 하필 성형외과 폐지방으로 비누를 만든 것도 불탄 자동차에 남은 지방의 흔적과 연결되죠. 히로인은 하필 또 자본주의 기름끼가 전혀 없는 이른바 기생충 계층이었고. 이 영화 정말 걸작입니다.
보면서 타일러의 개똥철학이라는 생각만 들었지만 반전을 알고 보니 약간 메멘토가 생각이 났다. 많이 다르기도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메멘토는 자기부정에서 시작하고 파이트클럽은 또다른 인격과의 분투로 시작한다는 것. 반전덕분에 재밌게 감상했으나 개똥철학에 대한 인상이 꽤나 강하게 남는다.
근데 총쏴도 안죽은거면 그냥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주인공이 깊은 잠에 빠져서 꿈 한번 거하게 꾼것 뿐인것 같은게 초반에 나오는 스토리들이 정말 무의식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이 맥락이 없어보여서 훨씬 꿈같다고 느낌..아니면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결국 현실을 보긴하지만 상상이 현실에 환상처럼 덧씌워져서 이 파이트클럽이나 모든게 다 상상인 결말일 수 도 있다고 느껴요..
파이트클럽은 지극히 정치적메시지를 담은 영화입니다. 서구권 68혁명의 정신을 충실하게 담아낸 영화지요. 68혁명의 이념적 근간은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출발합니다. 우린 짐승처럼 원초적 본능을 지니고 있지만 이성이 이를 쉴새없이 억압하며 "문명화"되어 살고 있죠. 여기에 자본주의 체제가 같이 억압하고 있다는 인식도 추가됩니다. 끊임없는 경쟁사회에서 우린 스스로를 쉴새없이 억누르고,채찍질합니다. 돈,명성 같은 실체도 없는 공허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서요. 영화에서 노튼이 이케아 가구를 의미없이 사는것도 이를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자본에 종속되어 노예처럼 살지만 노예짓의 대가는 고작 쓰지도 않는 가구를 소비하는것이 전부죠. 에드워드 노튼은 문명화된 자아, 이른바 슈퍼에고(super ego)입니다. 타일러 더든은 앞서 말한 현대인이 억누르고 있던 원초적 본능, 이른바 이드(id)에 해당합니다. 위 두인물이 알고보니 하나였다는 결말도 이를 표상하는것이지요. 이드에 해당하는 타일러 더든이 주먹질하고 싸우는 클럽을 만들거나, 상점을 테러하거나 하는 행위 모두 타일러 더든이 이드이기 때문에 그런것이지요. 노튼은 더든을 만나고 점점 행복해져갑니다. 그러나 둘은 하나이기 때문에, 물질의 집착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삶이 더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암시하는거죠. 이 영화는 결국 이드인 타일러 더든의 뜻대로 금융 관련건물을 모두 폭파시키며 끝이 나죠.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어 살바엔 원시시대처럼 가죽팬티 입고 사는게 더 행복하다! 라는 급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고 실제로 68혁명 연구자들이 극찬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메시지에는 백퍼센트 공감하진 않으나 요즘 생각이 많이 나는 영화입니다. 한국 자살률이 oecd국가 1위라지요. 이렇게 풍요로운 나라에서 왜이리 불행한 사람들이 많을까요. 한국사회는 죽기 직전까지 상위 10%만 바라보며 사는 사회입니다. 공부하고,대학가고,취직하고,결혼하고 이 모든 과정의 기준이 상위 10%에 맞춰저 있어요. 거기에 들지 못하면 패배자,하자 있는 인간이 되버립니다. 아무런 실체도 없는 허상의 트로피를 쟁취하기 위해 온국민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는 사회가 어떻게 행복하겠어요. 불행하지. 공부에 지칠때마다 불현듯 이 영화가 생각납니다. 한줄평을 남기자면 "그냥 다 때려부시고 다같이 나무열매나 따먹으며 살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실없는 한탄을 정교하게 구현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