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아주 오래 전 우연히 보았었는데, 옛날 영화여서 지루할 줄 알았었지만 의외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입니다. 영화 보는 내내 중국의 옛 시골 농가의 모습과 함께 사람 사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무척 쏠쏠 하였습니다. 좋은 영화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오류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맥락을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군요. 우리에게 '송곳', '이끼'같은 작품이 있고 그런 작품은 시스템의 불합리성, 부조리에대한 저항을 이야기하는 것이 주요 테마이지만, 여기에서 나오는 귀주와 이장은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경우입니다. '이장'이 권력을 이용해서 귀주를 억압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문제는 남편이 이장을 심리적으로 도발함으로써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둘 다 감정적 상처를 받았고 그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 사과를 하는 것에 서툴러서 대화가 아닌 사회제도, 법에 의존해서 승패를 겨루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동을 그린 작품이죠. 서로 감정적으로 맘이 상했을 때 그것에 대한 사과를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권위주의의 시대를 산 모든 나이 든 사람들은 체면이라는 것 때문에 사과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죠. 이것은 바람과 해님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하는 우화와 같은 경우인 것입니다. 강하게 바람이 불면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로 자신을 꽁꽁 싸매는 것이죠. 귀주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싶었다면 그런 이장과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그 열정을 가지고 이장과 커뮤니케이션에 더 열중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고 법과 제도라는 제 3기관을 통한 조정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장'은 잡혀가게 되었지만 이것이 귀주가 원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죠. 지금 우리사회도 개인간의 불화를 당사자 2명이 해결하지 못해서 걸핏하면 법을 부르고, 제도에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법이 그렇게 공평하지도 않고 법이 공평해도 법을 다루는 사람은 공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법은 정의를 다루기보다는 힘의 강약을 겨루게 되는 경우가 많고 소송에서 이겨도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이 영화는 묻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소통은 원래 어렵습니다. 그럴때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열중하기 보다 자신의 감정적 욕망에 충실하여 제도라는 것에 쉽게 쉽게 의지할 때 우리가 어떤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에서 지금봐도 좋은 영화이고 주제의식에서도 보편성을 획득한 명작이네요.
마지막에 이장이 잡혀갈 때 뒤쫓아가며 이장님을 놓아주세요! (긴가 민가)하고 외치던 공리와 배경음악이 넘우나 기억에 남습니다. 코믹 그 자체이고 현대화 되어가며 잊혀지는 인간미를 가슴 따뜻하게 그려준 명작 이었습니다. 공리.. 정말 대단한 여자? 입니다. ㅎㅎㅎ 리뷰 땡큐!
자식이 없는 사람보고 성 불구자라고 놀린 사람의 행동도 폭력 입니다. 맞은 사람만 억울 할까요? 소송에 휘말린 사람도 억울할것 입니다. 누가 억울하고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영화가 아닌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처음 왜 맞은지 밝히지 않고 나중에 맞은 이유에 대해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강철심장-l8o 반은 맞습니다.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과 싸우는건 굉장한 스트레스 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면 적당히 좋은게 좋은거라고 화해하고 사는게 좋죠. 하지만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과는 반드시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해결됩니다.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죠. 괴롭힘 당하고, 맞는걸 참다가 죽임까지 당하죠. 뭐 귀주처럼 저 정도 일로 저렇게 고생스럽게 보복 하려는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엎드려 절받기 식의 말로 하는 사과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싶은데...... 집념이 대단하네요. 저렇게 까지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그냥 사과하고 말지 끝까지 버티는 이장도 대단하고;; 정말 억척스럽네요. 우리와는 다른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인걸까요? 이해하기 힘드네요. 공안이 겁나게 무서운 사람들로 알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권위적이지않고 따뜻하게 그려지네요.
1992년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한중수교후 2년 후인 1994년에 개봉되어 그런지 우선 제목부터 여주인공 이름인 秋菊의 한어병음표기 QiuJu(츄쥐, 치우쥐)를 “귀주”로 표기하여 많은 분들이 제목만 보고 지역명 귀주(贵州)에 관련된 이야기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극중 인물의 배역명이 모두 이런 식으로 엉망이고 타이틀에서도 “베이징”까지 갔다고 하였는데 실제로는 산시성(陕西省) 성도인 시안(西安)을 영화 속에서 베이징이라고 번역한 겁니다. 즉 한중수교후 얼마 지나지 않을 시점이라 아마도 간체자와 한어병음표기도 모르고 중국의 지역 조차 모르는 사람이 번역을 한 것 같네요. 실제 작품명은 秋菊打官司로 “츄쥐의 소송이야기”입니다.
@@PULA. 저도 최근에 다시 보면서 당시 번역이 얼마나 허접했는지 여실히 느꼈습니다. 사투리 발음이 많이 섞였지만 극중 배역들의 학식이 낮은 관계로 대사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단순하기에 약간의 중국어 실력만 있으면 중국어 자막으로 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아울러 극중 4~5명의 배역을 제외하고는 실제 마을사람들이 연기를 한 것이고 대부분의 촬영이 몰카 기법으로 당시 시골과 도시 모습이 그대로 촬영되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의 중국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북경에 간 것이 아니고, 차량 번호판으로 봤을 때 섬서성의 어느 시(인구 몇 백만의 행정 단위. 시는 직할시, 시, 현급 시 3종류가 있음)에 간 것입니다. 시 공안국장이면 어마어마한 위치입니다. 부국장도 '성+국장'으로 부르니 부국장일수도 있는데, 시 공안국 부국장도 하늘입니다. 당시는 통상 2심제이며, 성단위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겠지요. 고추, 옥수수가 주 생산품인 것을 봐서는 섬서성 북부 황토 고원 지대가 배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 봤습니다 ㅎㅎ
장예모 영화도 좋아라하는거 많고 이 영화도 매우 사랑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설정이 잘못된게 중국 공산당 관료제가 저 많은 일들을 (읍내 경찰에서 군으로 또 수도에 있는 경찰청? 그리고 행정법원에이어서 최고재판소까지) 한 겨울 동안에 다 신속하게 처리했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