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내용은 미래의 무명객에게 미래의 무명객, 나는 계속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모습인지,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개척자] 라고 부르겠네 자네라면 이미 내가 누군지 알아챘겠지. 난 은하열차의 전직 정비사, 재주와 학식이 부족한 학생이자 평생 바삐 살았던 불쌍한 노인네일세. 내가 [개척] 여정을 떠난 것은 삶 자체와 삶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함이었네. 그러나 배우는 게 많아질수록 더욱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배운 것은 정해진 결말인 [공허] 를 점잖게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다네. 이 운명에 저항하든, 순종하든, 사람들은 늘 답을 찾아내겠지만, 이 질문은 [개척] 에 속한 것이 아닐세. 하지만 나는 이 문제가 너무 심오하다고 생각했지. 아키비리 본인도 [개척] 에 속한 유일한 해답은 줄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무명객으로서, 또한 인간으로서, 우리에게는 생각할 권리와 행동할 권리가 있네. 우리에게는 자신의 결말을 정할 권리가 있어.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권리가 있다네. 결말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고, 따라서 결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걸세. 무명객은 한순간의 꿈에 빠져 있어서도, 고통과 고난 때문에 타고난 권리를 포기해서도 안 돼. 내가 초대장에 남긴 질문 기억하나? 개척자, [생명은 왜 깊은 잠에 빠지는가] ?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은, 결국 꿈에서 깨어나기 위함이야] --이게 늙은 무명객이 평생을 바쳐 얻은 답이라네.
아무리 정해진 운명일지라도 개척의 의지를 이어나가는 주인공 일행을 보니,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시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가 떠오르는군요. 이 시는 night(밤)=정해진 운명(예:죽음)을 쉽게 받아드리지 말고 맞서싸우라는 의미의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