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잘못된 환상에서 깨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깨달았다. 어렴풋하게나마 내 주변을 감도는 그녀와 같은 바람을 그녀를 닮은 섬세함과 떨림 그녀와 다른 다정함과 순수 그 편지를 잡고 있어야 살 것 같아서 글자로 만든 성 안에서, 그래, 외면한 채 해진) “결국 우리들은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세훈) “사랑이 베풀어 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해진)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 나도 한 걸음을 겨우 떼어 여기 편지와 원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녀에게 주고 싶던 꽃과 함께 새삼스레 말이 맴돈다. 너의 말들로 그때를 내가 버티었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