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악명을 떨쳤던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어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임기를 시작했는데, 대중국 관계와 영해 분쟁 등 여러 이슈들과 맞물려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국제부 취재기자와 함께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과 아시아 정세 짚어보겠습니다.
권준기 기자, 필리핀 대통령 취임 기사의 제목이 거의 한결 같아요.
'36년 만에 독재자 가문이 돌아왔다'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던데, 간략히 배경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필리핀의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1965년부터 장장 21년간 권력을 독점했던 악명높은 독재자입니다.
계엄령을 선포해서 반민주적인 폭정을 일삼았고 반대파를 잡아들이고 고문해서 320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집계됩니다.
무엇보다 부정 축재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13조원 가량의 나랏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습니다.
결국 86년에 '피플파워' 운동이 일어나 대통령 축출에 성공했고요, 이 마르코스 대통령은 하와이로 망명을 가서 3년 뒤에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이 마르코스 대통령의 아들,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가문의 후광을 업고 정치인으로 등장했고 주지사에 상하원을 두루 거치며 입지를 다졌습니다.
6년 전에는 부통령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는데, 지난 5월 대선에서 60%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아들 마르코스는 아버지의 독재에 대해서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서요?
[기자]
그 부분이 좀 의아하실텐데, 21년 간이나 독재를 하면서 부정 축재를 10조 원 넘게 했으면 당연히 반성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아버지는 "정치적으로 천재"라고 공개적으로 찬사를 하는가 하면 아버지 임기 때 필리핀은 잘 살았고 번영을 누렸다며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 취임사에서도 아버지 얘기를 했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 필리핀 대통령 : 제 아버지는 과거 어떤 정부보다 더 많은 도로를 깔았고 더 많은 쌀을 생산했습니다. 전임 두테르테 대통령은 저희 아버지 이후 가장 많은 성과를 낸 정부로 기록 될 겁니다.]
취임식에 마르코스 대통령 못지않게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취임한 대통령의 어머니 이멜다인데요.
영부인으로 있으면서 '사치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낭비가 심했습니다.
온갖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심지어 구두만 3천 켤레를 갖고 있었는데, 8년 동안 매일같이 구두를 갈아 신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논란의 인물인데 역시나 취임식에 당당하게 참석해서 아들과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독재자의 재등장에 반발도 만만치 않겠네요.
[기자]
화려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던 시간에 행사장 주변에서는 반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반성하지 않는 독재자 후예가 집권하게 되면 다시 한 번 민주주의가 파괴될 거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겁니다.
시위 참가자 말 직접 들어보시죠.
[참 마라난 / 시위 참가자 : (마르코스 취임은) 독재시대 계엄령 피해자들에게 모멸적이고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마치 다 나았다고 생각한 상처를 헤집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시민단체의 반발뿐 아니라 지금 필리핀 권력지형을 보더라도 마르코스가 처한 입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대선은 압승을 했지만 상하원 모두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 (중략)
YTN 권준기 (jkwon@ytn.co.kr)
▶ 기사 원문 : www.ytn.co.kr/_ln/0104_202207...
▶ 제보 하기 : mj.ytn.co.kr/mj/mj_write.php
▣ YTN 유튜브 채널 구독 : goo.gl/Ytb5SZ
ⓒ YTN & YTN plus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30 июн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