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발렌타인을 기념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로맨스 영화 [Her] 를 소개합니다.
‘인간과 인공지능 OS의 사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스파이크 존즈는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일까요?
저는 조심스레 '자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방해받지 않는 둘만의 세상에서 느끼는 해방감,
처음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
그 감정이 다른 층위로 확장되는 경험.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더 깊어지고 성숙해지는 자신과 조우할 때,
비로소 사랑에서 얻는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작가지만 본인의 감정에는 서툰 테오도르와
실체가 없는 인공지능 OS인 사만다가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요.
테오도르는 사랑을 통해 한층 성장하고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손에 잡히지 않는 상대를 완전히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사랑의 모순입니다.
결국 이들은 각자를 위해 이별을 선택하고, 또 다른 삶의 챕터로 나아가게 되죠.
테오도르를 통해 고차원의 사랑을 깨닫게 된 사만다와,
타인과의 관계를 진심으로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게 된 테오도르.
이들 개인의 성장을 위해선 이별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꿈과 사랑이 양립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라라랜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각본 자체로도 훌륭한 영화지만 여러가지 재미있는 설정들이 많습니다.
주인공의 이름 테오도르 톰블리 (Theodor Twombly).
20세기 최초의 미국 대통령 테오도르 루즈벨트 (Theodor Roosevelt) 와,
추상주의 화가 사이 톰블리 (Cy Twombly)의 성을 따와 만든 이름입니다.
실제로 감독은 미래 영화지만 따뜻하고 다채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
20세기의 아날로그적 비주얼 요소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촬영지인 상하이의 (극중에선 LA로 묘사되죠) 미래적인 풍경과,
주인공 테오도르의 체크 셔츠와 배바지, 지포 라이터를 닮은 휴대용 OS 등을 통해
관객들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미래는 단순한 배경일 뿐, 실은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영화라는 걸 깨닫죠.
영화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준 선명한 다홍색 컬러를 기억하시나요?
사이 톰블리가 가장 즐겨 사용했던 컬러입니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메인 컬러까지,
감독은 왜 영화에서 톰블리를 보여주고 싶어했을까요.
톰블리의 그림은 아이들의 낙서처럼 매우 장난스럽고 대충대충 그린듯 보입니다.
그의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많은 비평가들이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결국 독창적인 화풍을 인정받고 추상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됩니다.
즉흥적이면서 강렬하고, 제멋대로지만 자유로워 아름다운 것.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
어쩌면 감독은 톰블리를 빌어 사랑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끝으로
오늘의 영화 음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다들 행복한 발렌타인 보내세요. ♥️
“I’ve never loved anyone the way I loved you.”
“Me too. But now we know how.”
- 난 지금까지 너를 사랑하듯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
- 나도야. 그치만 이제 우린 사랑하는 방법을 알잖아.
🎼 Her OST (2013): Arcade Fire, Owen Pallett
🎞 [그녀], 2013, 스파이크 존즈,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 NETFLIX / WATCHA / WAVVE / TVING / 네이버 시리즈온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playlist #Her #그녀
13 фев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