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바둑은 그렇게 재미난 바둑은 아니었죠.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도 않고, 화력이 강해서 상대방을 강하게 몰아세우는 스타일도 아니고, 진짜 돌부처!! 니가 뭐라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런데~ 이창호 바둑에 열광한 이유는 나가면 이기니까!! 이기는 것은 당연한거고, 어떻게 이길지 궁금해서 보는 수준이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정말 대단한 이창호 선수였슴다~
과거에는 나이 많은 기사들도 꽤 오랫동안 상위권에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더 옛날에는 바둑은 경험과 연륜에 따라 점점 더 강해진다는 말도 있었죠. 그 이유는 뭘까요 ? 간단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정보 전달 속도의 차이 ^^ 예전에는 바둑을 배울려면 책으로 공부하고, 좋은 스승을 직접 만나서 배워야 하죠.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신수가 나왔거나, 새로운 기보가 나와도 그걸 받아보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의 학습 지능과 집중력은 10대의 나이에서 정점을 찍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바둑의 수많는 정보들을 습득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결국 학습량은 나이에 비례하게 되고, 그 많은 지식을 가진 경험의 힘을 무시할 수 없죠. 나이 많은 기사들의 연륜의 힘, 자기만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거죠. 거기다가 최선의 수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던 시대라, 역시 실전에서는 기술만큼이나 경험에서 나오는 심리전과 정신력이 지금보다 더 빛을 내던 시대였죠. 그렇지만 지금은 전세계의 모든 기보를 인터넷으로 즉시즉시 다 찾아 볼 수 있는 시대. 거기다가 언제나 내 옆에 최고의 스승인 AI가 있는 시대. (예전처럼 스승과 뛰어난 제자들이 모여 어떤 수가 최선이었을까, 머리를 맞대고 기보를 복기하고 연구하는데 몇날 며칠동안을 소비할 필요가 없죠. 단 몇초만에 AI가 정답을 내려주고, 인간은 그걸 이해하고 학습하면 되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과 학습의 효율성면에서 예전의 속도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빠릅니다. 그래서 지금은 10대 중후반의 나이만 되어도, 즉 두뇌 기능이 최상의 상태인 나이대에, 이미 예전 30~40대 기사들 수준의 경험까지 함께 갖추는 시대가 되었다는거죠. 예전에는 이창호 이세돌 같은 아주 특별히 천재적인 기사들만이 어린 나이에서도 기성 강자들의 경험의 힘을 넘어섰고. 나이 많은 일반 기사들도 경험과 연륜의 노하우로 순발력 좋은 어린 세대들과의 싸움을 버텼지만. 아무튼 지금은 정보 획득 기술의 발전으로, 신체적 능력이 최상인 10대~20대들이 경험과 학습량에서 조차도 기성세대를 능가하니, 자연스럽게 신체적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30대 기사들은 버틸 수가 없는게 일반적인거죠. 커제의 경우도 이미 벌써 슬슬 정점에서 내려오는 기미를 보이고 있잖아요. 자 그럼. 당시 린하이펑은 지금의 이창호보다 나이가 많은데, 지금 이창호는 왜 힘을 못 쓰나요 ?? 라는 질문에. 조금 다르게 한 번 질문을 던져 볼게요. 지금은 이창호뿐만이 아니라, 당시 린하이펑 나이대의 기사들 중에서 힘을 쓰는 기사들이 왜 한 명도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