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튜브에서 음악만 찾아듣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콘서트를 갔다 왔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부터 영소 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 소리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정말 너무 좋다,라는 생각을 달고 살면서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술이 너무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다 보면 보기에는 화려하고 멋있을 수 있지만 현실의 슬픔, 우울, 허무, 불안과 같은 것들을 대변하기에는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저 아름답기만 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도 그런 범주에 속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요. 우리의 삶 속 아름다운 순간들이 우리의 삶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콘서트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한참 영소 님의 음악을 들었는데, 문득 '예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와는 관계없이, 그동안 이 음악을 들으면서 얼마나 위로받았는지가 떠올랐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줄곧 찾아들었던 영소 님의 음악, 해가 드는 오후에, 밤늦은 자습시간에, 잠에 들 때까지 제 곁에 있어주었던, 너무나 당연하게 들었던 소리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가 체감이 되더라고요. 그 '아름다움'으로 얼마나 위로받았는지가. 사실 콘서트장에서 항상 이어폰으로만 듣던 소리를 현장에서 들으면서 너무 신나고 즐거웠지만 생각만큼의 '감동'은 받지 못한 것 같아서, 내가 지금 몰입을 잘 못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같이 갔던 친구들이 버스에서 자는 동안, 저 혼자 영소 님의 음악을 들으면서 콘서트장에서 들었던 소리 하나하나의 감동을 되새기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순간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위해 살아가고 또 그런 순간들 덕분에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제 첫 콘서트를 경험한 사람이 하기에는 우스운 소리일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제 학창 시절을, 제 청춘을 대변하는 너무너무 의미가 큰 아티스트인지라 2024년 1월 27일은 몆 번이고 그날을 되돌아보며 위로받을 소중한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 마음이 조금은 심숭생숭합니다. 한 달 뒤면 대학교에 들어가고, 좋아하는 기타를 칠 시간은 더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을 음악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