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검증에 참여한 신동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 여사가 1999년에 쓴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석사 논문을 표절이다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Oh my! There is such a righteous professor in Korea? You are one of the few brave and wonderful professors in Korea. You are really something!! RESPECT!
학부 시절 졸업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다 결국 우울증을 진단받고, 지금까지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정말 치욕감 드는 사건입니다. 참고문헌에 대한 인용 표시는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첫 교양 수업에서 예외 없이 배우게 되는, 학계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성문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김건희 씨가 학위논문을 심사받는 당시엔 인용 표시를 제대로 했는지 검증할 시스템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표절 여부가 명백히 밝혀진 시점에서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를 취소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계라는 사회를 정초하고 운영하는 제도를 그 근간에서부터 뒤흔드는 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 병원, 기업, 군대, 국가 등 모든 사회 조직에서 그 조직에 속한 구성원들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최소한의 질서란 게 있듯이, 인용 표시는 개인의 양심에 따라 취할 수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윤리적 선택이 아니라 학계에 소속된 자라면 반드시 지킬 것이 요구되는 엄연한 질서입니다. 이처럼 학계가 연구자에게 질서를 지킬 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구자가 그런 질서를 지키는 것은 그가 도덕적이고 규범적인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학계가 하나의 제도이자 조직으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며 필요한 경우 자정 작용을 수행하리라는 근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건희 씨가 타인의 성과를 제 것인 양 도둑질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이나, 학계라는 사회를 대변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자들이 질서를 위반한 자에게 아무런 제약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든 공감하겠습니다만, 어떤 텍스트를 인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나열된 문장들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텍스트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는 것과 더불어 그런 주장이 제기된 이론적 배경을 정리하고, 해당 텍스트가 인용된 수많은 2차 문헌을 찾아보고, 자신이 텍스트에서 인용하려는 내용을 어떤 논리적 문맥과 구조 속에 배치할 것인지 구상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텍스트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용하는 경우에는, 그런 비판적 해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텍스트를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 추가로 요구됩니다. 또한 인용하려는 텍스트가 외국어로 작성된 경우, 국내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다 해도 되도록 원전을 함께 읽으면서 교차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실상 번역을 새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기술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여 소위 연구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연구를 열심히 수행한다고 해서 졸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연구한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또 일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 재서술하는 실질적인 쓰기의 과정과 이를 기존 연구자들에게 학문적 연구로 승인받는 심사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과정을 진작 수료하고서도 학위를 받기까지 수 년이 넘게 걸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니 문단을 통째로 인용한 것도 모자라서, 문장을 윤문하거나 재배열하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은 김건희 씨의 학위논문은 학문의 발전과 학계의 양성에 독자적으로 기여한 연구라고 불릴 가치도, 자격도 없습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김건희 씨의 학위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김건희 씨의 석사학위를 곧장 취소하십시오. 학문에 전념하고자 하는 예비 연구자들이 부디 학계라는 사회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