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렇게 보니까 나라별 언어나 미디어에 바라는 정서같은게 다른게 느껴지네요. 예를들어 줄다리기때 영어는 설명하는 느낌인데 한국어는 자기 경험이라는 느낌이 들고, 일본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있네요. 성기훈 파트에서 한국어는 '사람이 죽었어요'라는 말을 반복해서 당황한 느낌이 보이는데 영어는 도움을 요청하려고 설명하는 느낌이고, 일본어는 상황 자체에 분노하는 느낌으로. 장덕수 파트에서 첫 대사의 경우 한국어는 살짝 죄책감이 느껴지는 연기가, 영어는 'I'm sorrry'가 들어가는 점이, 일본어는 대놓고 선을 긋는 느낌이 들고 말이죠. 그거 말고도 어순이나 문장을 끝내는 부분, 표현과 말투에서도 차이가 보여서 재밌네요
해외번역본을 우리나라 식으로 해석하는건 많이 봤지만 우리나라 작품을 다른 나라 식으로 해석하는건 많이 못본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선한 충격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번역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느껴지네요. 원본의 느낌을 가지고 가되 자기네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맞게 재해석을 해야되기 때문일겁니다. 오징어게임말고도 다른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져 우리나라 문화가 다른 나라로 전해졌으면 합니다.
더빙없이 그 나라 말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축복이다. 아무리 번역을 잘하고 더빙을 잘해도 언어가 달라서 생기는 미묘한 의미의 차이나 언어 자체가 주는 느낌을 원작 그대로 느끼기는 어렵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영어는 잘해야 60-70%정도 일본어는 70-90%(어떤 부분들은 한국어와 거의 흡사하게) 한국어 버전의 느낌을 전달하는 듯. 결론 - 오징어 게임을 한국어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ㅠ
당연히 현지 언어로 제작된 작품은 문맹이 아닌 이상 현지인들은 그나라 말의 감성을 가장 잘 느낄수 있겠죠. 근데 더빙도 더빙 자체로 현지언어로는 느낄수 없는 맛이 있어요. 그러니까 더빙연기도 중요한거죠. 우리나라 사람들만 유독 더빙에 대해 인식이 안좋은거 같은데, 그것 때문에 방송사들도 더빙 외화를 잘 안하잖아요. 시청률도 낮고 돈도 안되니까. 근데, 셜록이란 영드가 우리나라에서 뜨게 된것도 더빙을 하는 성우들의 연기가 좋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원작의 재미도 한몫 했겠지만.
갠적으로 줄다리 할아버지씬 최고 좋았어요..이부분에서 일남할아버지는 비록 노인이나 게임의 승부수를 가를 전략과 삶의 경험을 잘 녹여내며..뭔보다 자신감과 확신의 힘이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어서 굉장히 게임의 흥미진진함과 기대를 쫄깃하게 갖게 만드시는 딕션이 너무 좋았거든요~~~그런 에너지를 다른 더빙에서는 못담네요..그냥 숨차고 힘없는 노인느낌.
솔직히 old man 번역은 정말 좀 그렇다는 생각 밖에 안드네요. 영어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대충 미드 같은데 보면 hey old buddy~ 하면서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한테 사용하는 그런 맥락인거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대개 동성친구 간의 '우정' 같은걸 강조할때 쓰는거 아닌가요? 솔직히 한국에서 통용되는 '오빠'는 전혀 반대 맥락이죠. 저 드라마에서 바로 이어지는 '잘보이려는 키스' 씬만 봐도 그 오빠가 '우정'의 오빠가 아니란 건 누구나 알죠. 여기 한분이 댓글 잘 달아주셨는데, 달링이나 허니가 맥락상 저 드라마에서 쓰인 '오빠'하고 거의 98% 맞는 맥락의 단어라고 봐야죠. 왜냐면 실제 혈연관계도 아닌 사이에서 애정공세 혹은 아부떨면서 오빠라고 부를 때 그 맥락은 '나 너에게 잘보이고 싶다.'라는 의미거든요. 그런 점에서 그냥 '오빠'가 '더 나이많은 남자' 라는 완전히 사전적 의미로 번역한 걸보면, 다른 번역들도 과연 맥락을 잘 전달했을지 심각하게 의문이 드네요. 솔직히 번역가가 처참한 한국어 수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구글번역기로 번역한 수준이네요. Over my dead body 를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안돼'로 번역하지 않고 '나의 죽은 신체 위에다가' 라고 번역하는 개떡같은 수준이에요 솔직히. 오빠를 노인으로 번역하는 병맛번역 ㅋㅋ
뒷 말에 의중을 싣는 언어의 특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더빙본의 문장을 잘 보면, 한국어 • 일어는 문장 구조상 부정어인 없다(ない)가 뒤로 오고, 영어는 긍정어인 win이 오죠. "진 적이 없다"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표현은 " 진 적이 *없다* " 인데, 영미권에서 이를 직역하면 lose가 뒤로 와 " *진* 적이 없다 " 는 의중으로 쓰이게 되므로 이 경우엔 영미권에선 " 거의 *이겼다* " 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쓰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