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대장장이 아버지의 선물'
■ 100년 대장간, 새 주인을 맞이하다
백제장군 계백의 충혼이 서린 옛 황산벌 터, 충남 논산시 연산면. 연산 시골장터 한 모퉁이에 오래된 대장간이 있다. 아득한 추억처럼 쿵쿵 망치메질 소리가 들려오는 이 대장간의 새 주인은 큰형 류성일(52)씨와 막내동생 성배(48)씨다. 형제는 어떻게 대장장이로의 삶을 선택했을까!
4년 전, 한 평생 대장장이로 산 아버지(고 류오랑, 75)의 병환이 깊어지자, 큰 아들 성일씨는 아버지 곁에 머물며 대장간 일을 돕는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도 잠시. 재작년 7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성일씨는 하던 일을 모두 접고 대장장이로의 새 삶을 선택하게 되고. 동생 성배씨도 형을 따라 대장장이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1924년. 황해도에서 계룡산으로 내려와 대장간을 처음 연 1대 대장간을 연 할아버지 (고 류영찬, 79) 그리고 1983년. 이곳 연산으로 옮겨와 대장간을 연 이래, 평생 대장장이로 살다 떠난 아버지 2대를 이어, 3대째 대장간을 이어가는 형제들. 이들이 만들어가는 겨울 대장간은 분명, 여름보다 뜨겁다.
■ 대장장이 남편의 빈자리, 어머니의 그리움
뜨거운 불과 씨름하며 수 천 번, 무거운 쇠붙이 메질을 하는 통에 어깨며 팔이 성한 날 없이 일만 하다 허망하게 세상 등진 남편. 그 곁을 평생 지켜온 아내 이현숙(72)님은 남편 없는 2번째 올 겨울이 유독 쓸쓸하다. 자식들만큼은 몸이 고달픈 대장장이로 살게 하지 않아야지 바랬건만... 아들들마저 대장장이로 살아간다하니 처음엔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남편의 옆자리를 지켜왔듯, 또 다시 대장간을 지키는 자식들 곁을 묵묵히 지키며 대장간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아버지의 유산 VS 새롭게 탄생하는 대장간 명품
대장간 안에는 쇠로 만든 세상이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베스트셀러는 단연 호미다. 아버지가 고안한 독특한 디자인의 벽채호미는 그야말로 아버지만의 독자브랜드로 돌아가신 뒤에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여전히 주문량이 쇄도한다. 호미뿐 만 아니다. 거친 산에 약초 캐는데 든든한 동반자, 약초괭이에, 아무리 큰 나무둥치를 내리쳐도 이가 나가지 않는 조선낫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혼과 열정이 담긴 농기구 손맛을 오랜 단골들은 잊을 수 가 없다. 그러나 세대가 변했다. 대장간 물건도 그에 맞게 탄생되어야만 아버지 명성을 계승하는 것 뿐 아니라, 대장간이 더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 큰 형 성일씨. 연강과 고탄소강을 합금시켜 수 백 번 쇠를 접고 꼬아 비로소 신비로운 물결문양 자태가 그려지는 신비의 칼! 다마스커스 칼의 탄생을 위해 새로운 결심을 하는데... 장남 성일씨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 나의 아버지는 대장장이입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담금질과 메질이 수반된다. 힘들 때마다 가장 큰 위안과 용기가 되는 사람. 형제에게 아버지는 떠나신 이후에도 가장 큰 버팀목이다. 평생, 자신이 만든 물건의 자부심과 혼을 다한 작업에 행복을 느끼셨던 아버지. 그리고 직업을 향한 세상의 고정된 시선과는 달리, 아버지의 시간을 더 단단한 미래로 진화시키려는 아들의 신념과 꿈! 시간을 잇는다는 건, 정신을 연장하는 것일지 모른다. 100년 대장간의 겨울풍경 속에서 돈 보다 귀한 가족의 소중한 가치와 우리들 아버지의 삶을 멈추고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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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се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