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빨리 끝나서 별 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이례적인 속도로 진군한 프리고진을 제대로 막지 못한데다가 자기들이 아닌 루카셴코의 협상으로 끝나서 체면을 완전히 말아먹었고 헬기 다수를 비롯한 공군이 다수 죽어서 자작극이라고 선전도 못하며 나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구르던 베테랑 부대인 바그너를 자기 손으로 찢어야 해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거 같습니다
용병의 무서운 점은 실전경험이 쌓인 전투병기라는게 첫번째고 러시아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기를 사용하기 힘들다는게 두번째인듯. 러시아 내 용병이라 진압하기 위해 생화학무기나 전술핵을 쓸 수도 없고, 다른 국가 출신 용병이라면 후퇴해서 숨었을 때 다른 나라에 숨으면 그것도 답이 없어지니까 결국 군대 빼서 또 수색해야하는 리스크가 큼.
이 전쟁의 규모가 실감이 안나는 사람을 위해 적자면 그 끔찍했던 6.25 전쟁당시 한국군 사상자가 13만 UN군 전체 다합쳐서 4만으로 총 17만입니다. 근데 보수적으로 잡는다 해도 이미 우크라는 16만이상 러시아도 20만 이상 죽었다고 평가됩니다. 진짜 어마어마한 시체의 산이 쌓이고 있는거예요
프리고진이 자기 부하들한테 떠밀려서 저렇게 갈때까지 간 게 아닐까 하는 뇌피셜.... 물자는 어차피 러시아 정규군이나 와그너 모두 부족했겠지만 용병들은 특히나 불만이 쌓였을테고 물자부족으로 쌓인 부하들의 불만을 프리고진은 쇼이구 탓으로 돌렸고 그러면 부하들이 쇼이구 잡으러 가자고... 결국 그러다가 모스크바까지....아마도 그래서 프리고진은 얘들아 안녕하고 손털고 벨라루스로 가는 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 카이사르도, 이성계도 회군 성공은 그들이 수도로 가고 있다는 걸 정보를 최대한 막으면서 빠르게 수도에 도착해서 장악하고 모든 걸 기정사실화 시키는 점이 키포인트 였는데... 프리고진은 계속 자기가 어디있는지 크게 알리면서 감... 결국 자기 의지가 아니라 떠밀려서가 아닐까 ..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짧은 시간에 이미 준비한 주제가 있으셨을텐데 급하게 새 주제로 갖고 오셨을 슈카형 고생하셨어요 쿠테타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떨어진 푸틴의 위상과 런해버린 프리고진은 홍차엔딩을 맞을지 이후 러우전쟁의 향방은 어떻게 흘러갈지 많은 주제가 있으니 잘 부탁해요
그냥 이번 쿠데타 보며 든 생각이, 저 바그너란 용병이 그 동안 해온 짓이 워낙 병신이긴 하지만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전쟁하면서 전쟁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게 더 많은 것이 판단, 매일 같이 최전방에서 활약해야 하는데 점점 지쳐가는 병사들을 보며 전쟁에서 발 빼야 하는데 명목상 발 뺄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측에 가담하는 것도 자존심 상해서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쿠데타 벌인게 아닐까 생각함. 그래서 푸틴 대리측과 합의도 무난하게 끝냈고. 문제는 바그너와 가담한 군인들인데 걔들은 다시 최전방으로 보내지겠지 ㅋㅋ 사형 당하거나
무난하게 합의를 끝내기엔 푸틴이 지한테 이빨 드러낸 개를 살려두는 성격이 아닐텐데 짜고친게 아닌 이상 푸틴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됐고 도망간것도 사실상 러시아 속국인 벨라루스.. 서방쪽으로 튈거 아니면 언제 뒤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임 런던에 있는 사람도 홍차당하는데 벨라루스에 있는 애를 못죽일까 짜고친게 아닌 이상 독재 국가에서 쿠데타 일으킨 놈을 살려둘리가 없음
결국 실패가 되긴 했지만 푸틴의 이미지와 권력에는 상당히 금이 가긴 했죠. 모스크바 200km 안으로 무혈입성 수준으로 갔다는 것부터 러시아 군 내 푸틴에 불만 있는 세력이 있다는 거고. 결국 이건 모스크바와 우크라 전쟁 사이에 있는 부대들과 중간 지휘체계에 포함되어 있는 군내 인사를 어쨌든 대대적으로 물갈이 해야 된다는 거임. 평시에도 몇 년이 걸릴 수 있는걸 전시에 한다고?... 그러다가 누군가 훼까닥 돌아서 제2의 프리고진이 나오면? 그땐 진짜 푸틴이 전용기로 우랄산맥 넘어서 런 해야함. 그리고 중요한건 프리고진이 뒤지든 어디서 착해져서 흔적도 안 남든 모스크바의 시민들이 지지하면서 환송했다는게 중요함. 푸틴의 가장 핵심적인 정치적 기반이 모스크바와 그 일대인데. 거기서 그런 반응이라는건 푸틴의 정치적 기반인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니까.
이건 그리 놀랄 결과가 아니죠. 내가 보기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프리고진에게 모스코바까지 길을 열어줬다는 점입니다. 이 얘기는 모스코바 인근까지 끌어들여서 섬멸전을 할거란 얘기와 같은 겁니다. 모스코바 주위에 모스코바 오블라스크라고 우리로 따지면 경기도 같은 주가 있는데 그게 마지노 선이고 그걸 넘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이 되는거죠. 아마 프리고진은 자신이 진격하는 중간에 어떤 중재나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한 거 같은 데 마지노 선이 가까워 오자 결국 꼬리를 내린 겁니다. 더군다나 프리고진이 진격한 루트가 과거 독일군이 세 방향에서 모스코바로 진격했던 루트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프리고진은 알았을겁니다. 이대로 가면 죽음만 기다린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