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멈춰있는 도트화면속 딸이 불러주는 하모니카에 조용히 눈을 감고 감상하는 준장도,딸을 돌려보내고 핵 용광로에서 준장이 마지막으로 부르는 서툰 하모니카 소리도,지난 10년간 아빠를 그리워하며 홀로 불렀을 마리의 노래도,세 가족이 다 있는 자리에서 엄마가 불러줬을 하모니카도,혼자 기차를 타고 내려가며 부르는 떨리는 마리의 하모니카 소리도 결국 다 같은 곡을 연주하고 있는걸..
"아빠.." "진짜 아빠 맞죠..? "우리딸..많이 힘들었지?" "아니..나 하나도 안 힘들었어." "..응,사실 나 많이많이 힘들었어." "정말로..많이..." "몇 년이 지나도,아빠가 죽었다는 게 도저히 실감이 안 나서..." "목 놓아 부르면..어디선가 아빠가 대답할 것 같아서. "그래서 매일 밤마다 잠에 드는 게 무서웠어." "혹시라도 아빠꿈을 꿀까봐... "꾸,꿈을 꿀 수록..시간이 지날수록..." "꿈속에서 아빠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가는데..." " 아빠가 없다는 현실은..갈수록 선명해져." "난 그게 정말 무서웠어..." "언젠가 아빠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나에게 남은 건.. 이런 현실일 뿐일까봐." "이제 다 괜찮아,우리 딸." "마음껏 울어도 돼." "미안해요,아빠." "나 때문에 아빠가..이렇게.." "전부 나 때문이야." "이 모든 게.." "그냥,전부 다..내 탓이야. 미안해." "우리 딸이 뭐가 그렇게 미안할까?" "아빠는 그저 고맙기만 한 걸." "이런 아빠를...끝까지 믿어줘서 고마워." "아니야..난 아빠를 못 믿었어요. 계속 아빠를 포기할려고 했어." "그래도,마지막까지 아빠 곁에 남아줬잖니." "아빠..."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다오." "소중한 추억만 안고 가고 싶구나." [산나비 엔딩부분 대사]
진짜 기억이든, 조작된 기억이든 주인공에게 있었던 위태로웠던 슬픔도, 행복했던 과거도, 무너져버린 평화도, 복수심도, 쓰린 진실도, 모든걸 알고 다시 처음부터 달려갈때마저도 주인공은 딸 하나만을 위해 움직였죠. 이 게임은 딸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무슨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0년, 매일을 견뎌내기 위해 분노한척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눌렀지만 언제나 한가지 감정만큼은 고개를 빳빳히 쳐들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죄책감. 지금도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진다. 내가 아빠를 죽인거야. 아빠가 날 본다면 반가워할까? 날.. 용서해줄까? 아빠, 나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내가 옳은 일을 한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아빠를 다시 한번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