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다 말하려는데 미워지는 사람이라면 아직 지나가지 않은 거겠죠. 아니지, 지나갔더래도 ‘덜’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지나가곤 있는데 ‘덜’ 지나간 거 말이죠. 나, 아름답던 우리를 미웁다 다짐하며 지나가는 중입니다. 거의 다 잊은 것 같은데, 완벽하진 않은 정도랄까요. 곧 완전히 지나칠 거라는 믿음으로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근데요, 이마저도 ‘지나갔다’ 말할 수 있을까요. 누가 물어보기라도 한다면 잊었노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거겠죠. 예전보다 덜 사랑해도 사랑한다며 껴안던 우리가 있던 것처럼 말입니다. 덜 잊었습니다. 하지만 ‘덜’이 붙은 것만으로 이미 끝나버린 것들이 있습니다. 제목과 본문은 작가의 도서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00:00 홍이삭 - 비 02:47 더 피스 - 잠꼬대 (feat. 박진휘) 06:11 류이수 - 겨울 10:01 이제 - 우리우리 겨울 13:59 이제 - I know 17:19 콜렉티브아츠, 엄태영&유하림 - 그대를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21:08 615 - 밤새 25:26 615 - 겨울편지 28:54 유하림 - 기적이 있다면 32:35 김현창 - 볕 36:38 초승 - 초승달 40:12 초승 - 여기까진가요 44:03 홍이삭 - 네가 없는 하루
사랑했다. 다음 사랑은 이 정도로 사랑할 자신이 없어 당신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사랑하나 봅니다. 당신의 웃는 표정, 지나가면 나는 향기로운 샴푸 내음이 좋았다. '사랑합니다' 이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뿐이라는 사실이 비참하면서도 웃음이 새어 나오네요. 몇 번 대화해보지 못했어도 좋은 사람이라 느꼈어요. 그래서 더욱 당신을 사랑한 거겠죠. 첫사랑이 이리도 아프다는 걸 다들 알고 있나 봐요. 사랑의 꽃을 피우지 못했지만 바람이 변할 때면 당신이 생각이 납니다. 저의 주사는 당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너무나 밉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 미운 감정이 드는 것도 아직 지나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우리 다음에 만난다면 친구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따라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나의 청춘 그 자체인 당신 잘 지내나요? 전 아직 바람이 바뀌는 것에 익숙하지 않네요. 글재주가 없어도 저는 항상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이렇게나 많아요. 오늘 밤도 따듯한 밤이 되기를 당신이 걷는 길엔 찬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저도 빨리 지나가 보도록 할게요. 완전히 지나갔을 때 그때 우리 만나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눠봐요 좋은 친구로서.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면, 증오 또한 사랑이 아닐까. 그토록 사랑하여 목숨을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던 사람이었던 당신인데. 그럼에도 그대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미워하던 나였는데. 당신에게도 내가 미운 사람일 터인데, 이기적이게도 그런 그대를 보고싶어 하는 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하나봐. 아마 당신도 나를 잊지 못했으리라 생각해. 우리 너무 깊고 짙은 사이여서, 서로의 색에 온전히 빠져버려서, 다시는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평생 그 색을 지우느라 푹 젖어 살지도 몰라. 아니면, 당신보다도 짙은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이라는 걸 할까? 그 어둑한 색으로 우리 추억을 전부 덮어버리면, 그 밑에 가라앉아버린 감정들에 무관심해질 수 있을까. 그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깊숙하게 너를 묻어야 하는 걸까.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너를 사랑하던 때가 그리운 건지도 몰라.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으면 나도 사랑해, 라는 말이 되돌아오던 시절. 차디찬 눈보라 속을 거닐면서도 서로의 손의 온기가 따스하다며 웃곤 하던 날들. 우리 정말 아름다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