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경계선, 정의란 무엇일까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이 지난 1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3년만에 관객들과 재회했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은 옛 소련 라트비아 출신의 작가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가 1980년에 집필한 작품으로,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양심과 신념을지키려는 엘레나 선생님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네 명의 학생들 사이의극명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시험지를 보관한 금고 열쇠의 획득과 그에 따른 성적 정정 요청사건'을 두고 엘레나 선생님과 학생들은 논쟁하기 시작하고, 네 학생들 사이의 권력구조와 그에 따른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모순과 파멸을 보여주고 있다.
1981년 구소련 초연 당시에는 구시대의 몰락과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를 그린다는 이유로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극작가로 참여한 오인하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김태형 연출님과 동의한 부분이 있다"며 "글이 쓰여졌던 1980년대 시대와 상황, 인물들은 그 시대의 모습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고 있다. 먼나라 이야기갔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을 비롯해,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용하고 강제하고 있다.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고 덧붙였다.
네 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것이 비록 잘못된 행위일지라도. 이들의 존경받는 엘레나 선생님은 극단적인 도덕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다. 거대한 성을 쌓은 엘레나 선생님을 두고 네 사람은 무섭게 성벽을 두드린다.
"사실 극 중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에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어요. 배역이 다 다르지만 결국 각색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대사를 쓰거나 말로 적을때 개인의 가치관이 어느정도 파고든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은 모두나 다면적이지 않나 싶어요. 모두가 정의로움과 선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원하고자 하는 것을 얻기위한 욕심과 이기심도 가지고 있는 것 처럼요. 저랑 동떨어진 인물을 굳이 꼽아보자면 엘레나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번 시즌보다 랼랴라는 인물이 더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맞아요.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원작보다 랼랴의 비중을 더 살렸어요. 원작을 쓴 류드밀라 라주몹스까야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으로서 그시대상을 그대로 드러냈을 거라고 생각했고, 문학을 다루는 지식인으로서 고뇌하고 상처입고 피해받은 부분들을 랼랴에 투영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일부 장면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트리거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작품을 집필했던 당시 작가가 자신의 사상과 고민을 넣은 장면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엘레나 선생님이 열쇠를 건내줬더라면, 이들은 올바른 삶을 살아갔을까.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제대로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그 상황에 놓여있다면, 올바른 답을 내릴 수 있을까란 의문점이 든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질문의 답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오인하 작가는 "이 대본을 다 읽고 덮을때마다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저 스스로에게 되물어요. 그런데 답만 두고 보자면 여전히 비슷하더라고요. 저 스스로는 이 극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제는 '여전히'가 아닌 '이제는'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개인적인 바람을 더해보자면 공연을 보시고 나가면서 발로쟈에게 시원하게 욕이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16 окт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