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시님은 패션 트렌드편에 섭외하고 이번편은 데밀 디렉터나 플랙진 임원, 혹은 무신사 데님md 쪽에서 오셨어도 괜찮았을것같네요..ㅎㅎ 물론 역사 듣는건 흥미롭지만 이건 '돈'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경청하시는 모습 보기좋습니다만 아쉽긴하네요. 데님업계 관계자가 말하는 데님산업의 미래나 이것저것 듣고싶은게 많았거든요ㅎ\
일본의 복각과 데님 산업 발달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조금 추려서 첨언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셀비지라는 개념의 본질) 일본은 ww2에서 패전하고 난 후 일본내에선 이런저런 패션의 변화를 거치며 미국에 대한 혐오, 부러움, 열망 등등 여러 감정과 시대의 소용돌이에서 청바지라는 너무 미국적인 패션 아이템에 대해 열망아닌 열망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리바이스의 새제품은 너무 비싸니 빈티지로 낡은 걸 사서 입곤 하면서 일본내 청바지의 수요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일본 내 생산을 하면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고 내수시장을 이용가능하니 처음엔 단순히 미국의 원단을 수입해와 일본 자국브랜드 에드윈, 존불 등에서 청바지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 보며 판매하게 됩니다 하지만 원단수급면에서도 문제가 생겨서 직접 원단을 만들어 보기 위해 인디고 염색 (전통적으로 일본은 인디고 염색을 해왔지만 겉표면만 염색하는 데님과는 다름) 등등 관련 기술들을 연구하게 되며 기술이 늘게 됩니다 이어서 빈티지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씀하신 내용처럼 어느순간 원단, 워싱 등 옛 것이 훨씬 이쁘다 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죠 그래서 상기한 브랜드들에서 나중엔 복각이라 불리는 행위를 통해 리바이스가 신직기로 효율적이고 저렴한 데님을 만들기 이전 구직기를 이용해 만든 데님을 만들기 위해 집요한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집요한 연구를 통해 오로지 멋을 위해 비효율적인 생산과정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만들어진 복각청바지는 상당한 고가였죠 그래서 처음엔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대가 흐르고 기술도 더 발달하며 복각전문 브랜드도 나오고 복각 청바지를 구입해 본 사람들이 실제 리바이스의 특정 빈티지 제품과 (당시 제품의 원단이 구직기로 만든 셀비지 데님원단이었습니다) 워싱, 원단의 느낌, 실루엣 적으로 비슷하다 여기면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단순 비슷하다고 왜 복각(레플리카)를 사입냐 그냥 원본(리바이스)를 사면되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빈티지 리바이스는 처음에 너도나도 막 살 수 있었지만 점점 가치를 인정받고 수요는 엄청난데 공급은 점점 줄어드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됩니다 결국 복각데님의 높은 가격대가 빈티지 리바이스와 비교하면 너무나 귀여운 수준의 가격대가 되버립니다 그리고 빈티지 리바이스는 몇십년이 지나 상태 좋은걸 찾기도 힘들게 되구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50-60년대의 빈티지 리바이스는 너무 비싸서 아카이브로서의 기능만 하게 되고 사실상 사람들이 진짜 입는건 20세기 후반의 리바이스 빈티지나 복각데님을 찾게됩니다 그리고 그 복각데님의 수요는 지금까지 불황은 조금 있었지만 꾸준히 있었고 계속해서 파고드는 장인정신으로 복각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복각의 기술도 많이 늘고 또한 데님산업 역시 세계에서 제일 발달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느정도 이름 있는 해외 브랜드들이 데님 원단을 쓴다면 거의 일본의 데님원단회사의 원단을 사용합니다 셀비지가 뭐냐 싶은 분도 있을텐데 리바이스 특정 빈티지의 워싱감을 내던 바지가 셀비지 원단을 사용한 청바지였고 그래서 복각의 본질이 셀비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셀비지는 멋을 위한 디테일이 아닙니다 특정 워싱감을 내기 위해 구직기로 만드는 것까지 따라하다보니 똑같이 만들게 된 결과물일 뿐이죠 실제로 셀비지가 왜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구직기로 만든게 아니라 그냥 원단 잘라서 끝에 붙여서 셀비지인 척 스티치 박고 파는 싸구려 데님들은 구매할 가치가 없습니다 그냥 차라리 셀비지 없고 나름의 워싱, 실루엣을 만든 청바지가 차라리 더 좋은 제품입니다 글이 상당히 길어졌는데 일본의 복각, 데님산업 발달과 그 과정에서 나온 셀비지라는 원단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청바지가 쉽지가 않은게 원단이 뭐다 뭘 복각했다 이거는 진짜 매니아들만 아는거고 중요한건 결국 핏이라 생각합니다. 신발이야 그냥 아무나 신어도 비슷하게 신을수 있지만 청바지는 정해져서 나오는 핏이 매우 고정적이기 때문에 같은 모델을 입어도 나는 맘에들지만 대다수는 맘에 안들수도 있죠. 그렇다고 수선이 들어가는 순간 전체적인 밸런스도 망가지기 쉽고 그렇다고 모든 제품을 다 사서 입어보는것도 스트레스 입니다. 그래서 결국엔 적당히 펑퍼짐한 걸로 정착하는거 같기도 하고 또 최근 몇년간 그런 핏의 데님이 유행이기도 하죠. 유럽이나 미국 쪽 깔끔하게 입는 남자들 보면 스판이 혼방된 그다지 근본은 중요하지 않은 브랜드의 청바지를 입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되는데 이 모든걸 종합해보면 청바지 근본 브랜드인 리바이스의 고민이 엄청나겠구나 싶네요.
리바이스의 문제 아닌 문제라고 하면 좋은 품질이죠. Sustainability가 가장 화두인 지금 입을수록 더 멋져지는 제품은 데님과 빈티지 티셔츠니까요. 다 헤어진 나이키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죠. 하지만 지금도 flea market 가장 인기 아이템은 리바이스인 이유죠. 아마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브랜드일거에요.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브랜드 중 하나니까요. 지금 나오는 데님 브랜드들이 자기만의 확실한 창의성이 없다면 절대 리바이스 따라가지 못해요. 돈만 따라가면 명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래도 최근엔 스트리트 느낌이고 편안한 느낌의 옷이 유행하다보니 아워레가시 팬츠를 많이 입긴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날 입는 청바지는 생 로랑, LVC 둘 중 한 가지 입네요. 두 브랜드가 핏이 극과 극의 핏이어서 나머지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어떤 브랜드를 입느냐가 결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