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에 제주도 놀러갓다가 어느 개업카페에서 정경화 라이브 봤는데, 그때는 밴드 없이 기타 둘러메고 팝송을 했다. 나는 신촌블루스고 뭐고 관심도 없던 사람이었는고 정경화가 거기 출신이든말든 관심없는 사람이어서 그냥 카수 되고 싶어 노래부르는 아마추어인가보다 했다. 옛날에는 양희은도 전영도 남궁옥분도 다 데뷔 전에 카페에서 노래하다 카수됐으니까. 하여튼. 내가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랑 이름이 같아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엄청 잘 하는 애였기에 기억하는 거다. 지 차례가 되니까 아주 캐주얼하게 기타 둘러메더니 실실 웃으며 코드를 퉁퉁 치기 시작하는데, ㅎㅎㅎ 뭐 유명한 팝송이었는데도 노래는 생각이 안 나네, 단지 정경화가 아주 매일 장마당에 나서는 각설이 아저씨 스타일로 심히 익숙하게/프로페셔널하게 노래를 해제꼈기에 기억하는 거다. 목소리 엄청 빵빵했고, 노래를 아주 맛갈 나게 하니까 대충 치는 기타 한 대로도 충분하더라. 자다 깬 것처럼 부시시하고 외모 신경 안 쓴 보이쉬한 용모로 실실 웃으며 기타 둘러메더니 곧장 지 팝송 레파토리로 무대를 꽉 채우더라는 것. 지금 이 동영상 보니 그때 그맛이 안 나 아쉽네. 패션도 태도도 여자처럼 변하고(ㅎㅎ 물론 여자지만), 목소리는 아마추어 여자처럼 변했네. 아주 휘어잡는 쩌렁대는 목소리였는데. 와 쟤는 카수로 태어났네 라고 생각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