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내 눈이 어두워 짧게 줄인다. 모든 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잘못된 환상에서 깨고싶지 않아서 언젠가부터 깨달았다 어렴풋하게나마. 내 주변을 감도는 그이와 같은 바람을 그이를 닮은 섬세함과 떨림 그이완 다른 다정함과 순수 그 편지를 잡고있어야 살 것 같아서 글자로 만든 성안에서 그래 외면한 채 결국 우리들은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베풀어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나보다 훨씬 용감한 너를 보고 나도 한 걸음을 겨우 떼어 여기, 편지와 원고 받아주면 좋겠다. 그이에게 주고싶던 꽃과 함께. 새삼스레 말이 맴돈다. 너의 말들로 그때의 내가 버티었다. 그게 누구라도,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편지의 주인을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결같이 너의 답장을 기다리마. 3월 17일 - 해진으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