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밥상★풀버전] 🐙🦪 세발낙지, 숭어, 굴과 감태. 무안 청정 갯벌에 봄이 돌아왔다! | “갯벌, 너를 기다렸다 - 무안 황토갯벌 밥상” (KBS 20160310 방송) 

한국인의 밥상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
“갯벌, 너를 기다렸다 - 무안 황토갯벌 밥상” (2016년 3월 10일 방송)
우리나라 서남쪽의 끝자락에 툭 튀어나온 반도, 황토와 청정 갯벌로 이뤄진 땅
해안선을 중심으로 전체 면적의 70%가 황토로 덮여 있어 ‘황토골’이라고 불리는 곳
무안의 갯벌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겨울잠 자던 낙지가 기지개를 켜고, 숭어가 펄을 먹으며 오동통~ 하게 살을 찌우며,갯벌을 푸르게 물들이는 감태와 싱그러운 굴이 지천으로 깔린다.
뭇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한 무안 황토갯벌, 너를 참 오래도록 기다렸다!
■ 겨울잠 자고 일어난 펄 속의 산삼 - 펄낙지
전라남도 무안은 전국 최고의 낙지 생산지이다. 무안의 세발낙지는 유난히 발이 가늘고 맛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통발로 잡는 남해안 쪽과는 다르게 주낙이나 가래로 잡는 것이 무안 펄 낙지 맛이 뛰어난 이유 중 하나! 이곳에서 17살 때부터 낙지를 잡아온 채진씨가 바로 그 가래로 잡는 낙지의 고수다. 갯벌에 물이 들고 나는 때를 맞춰 작업하려면 하루에 낙지를 캘 수 있는 시간은 4~5시간- 한창 땐 채진씨가 지나가면 펄 밭에 태풍이 휩쓸고 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터프한 갯벌 사나이인 채진씨에게도 봄 볕 같은 사랑이 있었으니, 바로 아내 영자씨다. 아직은 조금 쌀쌀하다 싶은 날씨에 낙지를 잡으러 나가는 이유도 낙지를 좋아하는 영자씨 때문이다. 집에서 아내 영자씨가 직접 담근 시큼한 감식초로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낙지초무침과 살아있는 낙지를 칼로 탕탕 다져 육회랑 버무려먹는 낙지탕탕이는 채진씨가 잘 하는 음식- 영자씨는 소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여 시원하면서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갈낙탕으로 채진씨에게 보답한다. 함께여서 행복한 두 사람이 선보이는 끈질긴 생명력, 부드러운 향미의 무안 펄낙지 밥상을 맛본다.
■ 봄과 겨울의 틈새에서 농익은 싱그러운 봄내음의 맛 - 굴과 감태
이맘때 무안엔 굴과 감태가 지천이다. 하늘이 내려준 장소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는 감태는 청정 갯벌에서만 자란다. 펄 밭을 초록 융단처럼 덮는 이 감태는 봄철 육지에 새싹이 나올 때까지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겨울 바다채소! 올해엔 날씨가 좋지 않아 거의 나지 않았지만, 무안 아낙들은 아쉬워 할 시간도 없이 조새를 들고 굴을 캐러 나선다. 무안 사람들에게 ‘꿀’이라고 불리는 굴도 감태 못지않게 싱그러운 봄의 맛이기 때문.
먼 갯벌까지 나가서 캐는 무안 황토 갯벌 굴은 단순한 바다농사 같아 보이지만, 물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아낙들은 욕심 내지 않고 자연이 허락한 대로만 거둔다.
부지런히 굴을 캐온 아낙들이 끼니를 위해 제일 먼저 굴밥부터 짓는다. 센 불에 지은 밥 위에 콩나물과 굴을 올려 뜸을 들이면 굴 향 그윽한 굴밥이 완성된다. 같은 펄에서 자라 궁합이 좋은 굴과 감태는 가마솥 뚜껑에 전으로 부쳐 먹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이다.
너른 펄에서 뜯어온 감태를 빨고 또 빨아 대야에 이고 지고 장터로 팔러 나가던 시절- 그렇게 아낙들은 갯벌에 청춘을 바쳤다. 달큰한 굴과 쌉싸래한 감태로 끓인 감태굴국 한 그릇으로 지나간 세월에 야속한 마음을 달랜다.
■ 우수와 경칩사이, 도리포 참숭어를 아십니까? - 숭어
댕가리, 참동어, 모치, 눈부럽떼기, 보리숭어, 참숭어- 무안에서 숭어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숭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기 때문! “겨울 숭어가 앉았다 간 자리는 펄만 훔쳐 먹어도 달다” 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맛이 달고 차진 겨울 숭어는 무안의 5미(味) 중 하나다. 겨울과 봄 사이의 숭어는 살이 오를 대로 올라 눈꺼풀까지 지방이 덮여 있어 앞이 잘 안 보인다는데- 딸에게 눈 먼 남자, 박종일씨가 딱 겨울 숭어를 닮았다.
남편이 딸 밖에 모른다며 말로는 툴툴대지만, 아내 선미씨에게도 늦둥이 막내 딸 혜빈이는 고마운 선물이다. 심부름도 잘 하고 설거지도 해준다며 딸 자랑에 여념이 없는 선미씨가 혜빈이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종일씨가 가져온 숭어를 받아들고 거침없이 손질을 시작한다. 회를 뜨고 남는 껍질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고, 내장은 생으로 기름소금장에 찍어먹으면 입안에 차진 식감이 그득해진다. 여기에 얇게 썰어 놓은 숭어회는 묵은지에 싸서 먹는 것이 제격! 큼직하게 썬 무에 눈까지 기름이 차오른 숭어 대가리로 뽀얗게 국물을 먼저 우려내는 것이 칼칼하고 시원한 숭어매운탕의 비법이다. 말린 숭어를 토막으로 잘라 쪄낸 숭어 위에 솔잎으로 양념장을 바르는 일은 혜빈이의 몫이다. 오늘도 화목한 종일씨네 밥상에 무안 사람들의 봄 보양식 숭어가 한상 가득 올랐다.
■ 봄날의 꿈 같았던 그 옛날, 영산강하구 갯벌의 추억 - 몽탄 명산장어
무안 펄 밭의 자랑, 무안 숭어의 시작은 영산강이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기 전, 하구 갯벌에서 잡히던 몽탄 숭어의 맛은 그 어떤 숭어도 따라 올 수 없었다. 어디 숭어뿐이랴-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명산장어부터 맛 조개, 짱뚱어, 게를 비롯해 고래까지 잡혔을 정도로 이곳 영산강 갯벌의 옛날은 호시절이었다. 영산강에서 장어를 잡아다 팔던 할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민물장어를 양식 하고 있는 정인씨는 그 시절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그 행복했던 시절을 간직하고 싶어 아들까지 4대째 장어로 삶을 꾸리고 있는 정인씨는 지금도 영산강 갯벌이 그립다. 그도 그럴 것이 강과 바다사이를 하굿둑이 막아서고 물을 가득 채우던 고기들, 온 동네에 진동하던 장어 굽는 냄새- 영산강의 화려했던 과거는 봄날의 꿈처럼 아득해졌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 없는 대신에 맛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겠다며 정인씨의 어머니 춘자씨가 나섰다. 잘 말려두었다가 북어 두들기듯 두들겨 무쳐 먹는 대갱이(개소겡)무침은 영산강 사람이면 누구나 먹을 수 있던 밥반찬! 무칠 때 파가 아니라 풋마늘 대를 넣는 것이 조리법의 핵심이다. 생장어를 통째로 넣고 푹 고아낸 곰국과 이 국물에 쌀을 넣어 쑤는 장어죽은 춘자씨가 그 시절 가장 많이 만들었던 음식. 하굿둑이 생기고 민물고기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먹게 된 붕어조림은 영산강의 오늘의 맛이다.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영산강 하구 갯벌 밥상으로 만나본다.
#한국인의밥상 #황토갯벌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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