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난 형 처음 볼 때 목소리 멋지게 내려고 하는 샌님인 줄 알았어. 노래에 무게좀 친다 싶을 때도 샌님티 갓 벗고 그저 뮤지션 흉내내는 허세쟁이로 봤어. 세월이 지나면서 형이 허세쟁이가 아닌 지각있는 음악가로 보이더라고. 그러다가 형이 정말 멋지고 멋진 사람인 걸 알게 될 무렵 형은 갑자기 떠났더라고. 너무도 어이없게. 너무도 허망하게. 너무나 분하고 원통하게. 나는 지금도 음악도시를 듣지 않은 게 많이 후회돼. 난 마왕마왕하고 그러는 게 참 오글거렸는데, 정작 내가 허세찌든 중2병이었나봐. 형 노래야 지금에 와서는 다 좋지만, 요즘 특히 '나에게 쓰는 편지'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그래. 난 50 바라보는 지금에야 절절히 와닿는데, 형은 어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걸 깨달았을까. 너무 빨리 세상을 알아버려 그렇게 빨리 가버렸을까? 요즘 모든 게 엉망인 시절을 살면서 보고싶은 이가 여럿이지만 그 중에 형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해. 연예인 좋아하고 하는 게 별로 이해되지 않던 내가 이런 말을 할 지 몰랐는데, 꿈에서라도 만나서 말 한 마디 없어도 좋으니 마주앉아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형. 또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 곳에선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길 바랄게요. 그립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늘 대중과 함께 할 것을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신의 빈자리가 큽니다. 천재를 옆에 두고도 감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반짝이는 그 모든 것을 소중하게 한 번 더 바라보게 됩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주옥같은 음악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나의 마왕, 신 해 철 님!
이 늦은 시각 우연히 노래 이렇게 듣다가 눈물 쏟으면서 따라부르고 있네요 저도 모르게....다들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마음이신가 봅니다. 너무나 그립습니다...영원한 해철오라버니....그래도 마지막으로 인사 드릴 수 있었던 게 지금도 후회가 안되네요. 삼선슬리퍼 그리고 민물장어의 꿈 노래가 흘러 나오던 그 복도.....끝없던 화환들.....그리고 멋지게 웃으면서 바라보던 해철오라버니의 사진이....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네요. 그곳에선 아프지 않으시길 그리고 오라버니 꼭 닮은 아이들과 와이프분 지켜주시구요^^ 잘 지내고 계세요
신해철과 동시대를 살면서 그의 음악은 종종 들었지만 그를 좋아하진 않았다. 내 청소년기에 그가 아이돌급 인기를 끌던 시절에도 나는 그를 싫어했었고, 넥스트라는 락벤드 활동을 했을때도 , 그가 마왕이라 불리던 시절에도 내 의식은 단 한번도 그를 좋아하다고 생각한적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의 그 많은 히트곡들 가사 대부분을 알고 있는 나는 뭘까. 난 내 평생을 통해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것이였음을. 그의 부고 소식에 생전 하지 않던 펜을 들어 어딘가에 짤막한 글이라도 남겼던 나였다. 육교위의 네모난 상자에서 우연히 만났던 얄리처럼 이제는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