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윤희에게 / 00:00 02. 편지 1 (Narr.) / 01:40 03. To. / 02:16 04. 차가운 아침 공기 / 03:59 05.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 / 04:49 06. 달이 차오를 때까지 / 05:40 07. 편지 2 (Narr.) / 06:35 08. From. / 07:07 09. 겨울의 오타루 / 08:46 10. 너의 꿈을 꾸는 날이면 / 10:03 11. 보고 싶은 날 / 11:08 12. 윤희와 새봄의 여행 / 14:06 13. 새봄과 경수 / 15:27 14. Night At The Cafe / 16:22 15. 용기낼 수 없었던 / 17:50 16.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 / 19:21 17. Silent Night / 20:48 18. 눈싸움 / 23:45 19. Excuse Me, Ms. / 26:29 20. Moonlight Serenade / 28:08 21. 만월 / 32:32 22. 사랑이 많을 것 같은 사람 / 36:11 23. 편지 3 (Narr.) / 37:19 24. 나도 네 꿈을 꿔 / 38:19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하는 영화 이 영화때문에 겨울이 오기를 바라게 되는 것 같아요 여름도 여름나름대로 좋지만.. 이 영화가 있기에 겨울이 빛난다 윤희에게와 비슷한 무드의 여름영화도 나온다면 나는 온계절을 다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내 겨울의 일상을 차분하게 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
윤희에게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 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 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지 않니? 뭐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우리 부모님 기억해? 자주 다투던 두 분은 내가 스무 살 때 결국 이혼하셨어 엄마는 한국에 남았고 나는 아빠를 따라서 일본으로 왔어 일본에 온 뒤로 아빠는 나를 고모한테 보냈어 가끔 아빠랑 통화를 하곤 했는데 이젠 그마저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어 얼마 전에 돌아가셨거든 웃기지 않니? 언제 어떻게 돼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아빠 덕분에 너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다니 우리 고모 알지? 내가 너한테 자주 말하곤 했던 마사코 고모 나는 고모와 함께 오타루에 살고 있어 고모는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 같아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 북적거리는 곳을 싫어하는 것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를 좋아하는 것까지 고모는 겨울의 오타루와 어울리는 사람이야 겨울의 오타루엔 눈과 달 밤과 고요뿐이거든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이곳은 너와도 잘 어울리는 곳이라고 너도 마사코 고모와 나처럼 분명 이곳을 좋아할 거라고 오랫동안 네 꿈을 꾸지 않았는데 이상하지? 어제 네 꿈을 꿨어 나는 가끔 내 꿈을 꾸게 되는 날이면 너에게 편지를 쓰곤 했어 하지만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을 너에게 그 편지들을 부칠 수는 없었어 그러다 보니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쌓이게 되고 매번 이렇게 처음 쓰는 편지인 것처럼 편지를 쓰게 돼 망설이다 보니 시간이 흘렀네 나는 비겁했어 너한테서 도망쳤고 여전히 도망치고 있는 거야 머지않아 나는 아마 또 처음인 것처럼 이 편지를 다시 쓰게 되겠지? 바보 같은 걸까? 나는 아직도 미숙한 사람인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래도 좋아 나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내가 부끄럽지 않아 윤희야 너는 나한테 동경의 대상이었어 너를 만나고 나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어 가끔 한국이 그릴울 때가 있어 우리가 살았던 동네에도 가 보고 싶고 같이 다녔던 학교에도 가 보고 싶어 한국에 있는 엄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또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쥰에게 잘 지내니? 네 편지를 받자마자 답장을 쓰는 거야 나는 너처럼 글재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먼저 멀리서라도 어버님의 명복을 빌게 나는 네 편지가 부담스럽지 않았어 나 역시 가끔 내 생각이 났고 네 소식이 궁금했어 너와 만났던 시절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 거야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전 일이 돼 버렸네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고 했던 내 말은 진심이었어 부모님은 널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가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했고 난 억지로 정신 병원에 다녀야 했으니까 결국 난 오빠가 소개해 주는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했어 이 편지에 불행했던 과거를 빌미로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아 모두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너처럼 도망쳤던 거야 그 사람과 내가 결혼식을 올리던 날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올리던 사람이 너였어 모르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곳을 떠난 네가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어 쥰아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내 딸 얘기를 해 줄게 이름은 새봄 이제 곧 대학생이 돼 나는 새봄이를 더 배울 게 없을 때까지 스스로 그만 배우겠다고 할 때까지 배우게 할 작정이야 편지에 너희 집 주소가 적혀 있긴 하지만 너한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한테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만 줄여야겠어 딸이 집에 올 시간이거든 언젠가 내 딸한테 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거야 추신 나도 내 꿈을 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