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음계 및 총렬주의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로드니 베넷(1936~2012)은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하워드 퍼거슨, 레녹스 버클리를 거쳐 프랑스에서는 당대 최고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를 사사한 뒤 영국으로 돌아와 실내악, 오페라 등 기존의 음악은 물론 영화음악, TV음악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정점을 달렸다. 본 공연에서 선보이는 베넷의 작품은 근현대 미대륙의 음악을 이끌어나간 보사노바, 블루스, 래그타임, 하드락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디베르티멘토(희유곡)의 형태로 풀어낸 1974년 작품으로, 귀국 후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음악적인 지평을 넓히고자 1979년 미국으로 무대를 옮기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정학적인 차이만큼이나 상이한 음악사를 가진 곳에 대한 베넷 특유의 경의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50년이 지난 지금, 미대륙 음악기행의 가이드로도 탁월한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26 июн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