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5, 2005 모래바람과 연막전술
2006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은 한국 축구에게는 또다른 시험무대였다. 전대회 개최국으로 4강에 진출하며 금자탑을 쌓았던 한국이 과연 그 기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했는데, 일단은 2004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체면을 구긴 상태.
2차 예선에서 몰디브와 비기는 등 고전했던 한국은 조 1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해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편성되었다. B조에는 일본-이란-북한-바레인. 각조 2위까지 본선 직행이었으므로 사실상 각조의 1,2위가 누가 봐도 눈에 보인다는 상황이었는데...
한국은 90년대 쿠웨이트에게 고전했지만 1년전 아시안컵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했고, 3차 예선 첫경기에서도 2-0으로 완승했기 때문에 별 부담은 없었다. 우즈베키스탄과도 첫 대결인 94 아시안게임에서 0-1로 진 이후 2연승중이었으므로 사실상 사우디만 잘 넘기면 본선행은 무난했다.
당시 이 사우디가 좀 문제였는데, 1984년부터 2000년까지 아시안컵 5회 연속 결승 진출(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던 사우디는 2004년 아시안컵에서는 일부 주전들의 낙마로 인해 1무 2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절치부심하여 일부 세대 교체를 단행하고 강한 수비와 특유의 물흐르는듯한 공격 전개로 4회 연속 본선행을 노렸다. 사우디로써는 2005년 2월 9일 타슈켄트 원정에서 숙적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겨 승점을 따내 첫 고비를 넘긴셈.
한국팀은 일찌감치 중동에 입성하여 두바이에서 부르키나 파소와 전초전을 치르고 사우디로 건너갔다. 특이한 점은, 사우디 입장에서도 한국이 최대 난적이었을텐데 이 홈경기를 수도 리야드가 아닌 담맘에 배치한 것. 이후 사우디의 홈경기가 두차례 모두 리야드에서 개최된 것을 보면 약간 이상한 일이긴 한데, 어쨌든 2만 5천석 규모의 경기장은 만원사례를 이뤄 원정팀 한국으로써는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다.
이 경기를 앞두고 사우디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은 주전 스트라이커 야세르 알-카타니가 부상으로 결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필자는 이 선수(1982년생)를 처음엔 1992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 결승 한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나세르 알-카타니(1973년생)'로 착각하여 '꽤 노장인데 아직도 뛰나?'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어쨌든 야세르는 2002 월드컵에서의 참패 이후 사우디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이었다.
그런데 칼데론 감독이 흘린 야세르 결장설은 완전 연막탄이었다...선발 라인업 제출시 야세르는 멀쩡히 알-자베르와 투톱으로 나왔고 경기 내내 한국 수비진을 괴롭힌다. 영상 자막엔 166cm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론 177cm가 맞다. 2005년 기준으로도 아시아 지역 상대팀 정보에 어두웠던 것...
경기 내내 경기장 내에 흐르는 아랍 음악의 리듬을 타고 사우디 선수들이 기세를 올리고 한국은 대 사우디전 16년 무승 사슬을 끊기 위해 분전한다.
이 경기에서 누구의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일부 선수들이 기존과 다른 등번호를 달고 경기한다.
예) 이동국 19, 유상철 7, 설기현 12 등
4 окт 2024